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산업을 대표했던 독일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와 전력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고 소프트웨어와 AI(인공지능)를 적극적으로 결합해 활용하면서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반면 독일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과 기계공학 중심의 기존 경쟁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는 전기차 산업의 흐름에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었다.
2026년 독일 ifo 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독일 중소기업의 AI 활용률은 15~18%로 보고되었다. 작은 기업들도 외부 AI 서비스를 이용해 정보검색, 콘텐츠 작성, 번역, 마케팅과 영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독일 기업들은 AI를 수용은 했으나 이를 주로 생산 공정 위주로 제한적으로 활용하였으며,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적용은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우리 중소유통업체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AI는 더 이상 대기업만의 첨단기술이 아니다. 중소유통업체도 고객 구매이력과 매출·재고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상품을 추천하고, 수요를 예측해 발주량을 조절하고 판매량을 예견할 수 있다. 고객 문의와 홍보 콘텐츠 작성, SNS 마케팅, 경쟁점포와 상권 분석에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 의류상품의 경우 고객의 연령과 구매이력, 선호 스타일을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할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 자체를 도입해 활용한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AI를 얼마나 빨리 현장에 응용해 적용하느냐이다. 과거 유통의 경쟁력이 최상의 입지와 저렴한 가격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서비스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중소유통 지원 정책도 시설 현대화와 자금 지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AI 전환(AX)과 활용을 핵심 정책으로 포함하고, 이를 신속히 필요한 마케팅 업무에 적용해 개별 고객들에게 필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POS·재고·고객관리·마케팅을 연결한 ‘중소유통 AI패키지’를 제공한다면 중소점포도 손쉽게 AI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여 변화의 흐름에 늦게 대응하면 기술 강국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며, 동시에 AI 활용에 적극적이고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개별 고객의 니즈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 자동차에 비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와 인간중심의 AI 서비스 도입과 응용에 크게 뒤처졌기 때문에 이런 위기를 자초한 것으로 필자는 보고 있다.
한국 중소유통업도 AI를 미래의 기술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를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매장 운영에 신속히 적용하여 고객별로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지원과 활용의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앞으로의 유통 경쟁력은 누가 더 큰 매장과 상품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다. 누가 고객과 관련 데이터를 더 잘 확보하고 AI를 더 빨리 활용해, 고객 개인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 전 유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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