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 깨고 대면 없이 서면 임명제청
3월 퇴임 노태악 후임 이견 좁히지 못해
조희대(사진)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대면 없이 서면으로 신임 대법관 후보 2명을 임명제청한 것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통상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회동을 거쳐 이뤄져 온 대법관 제청 관례가 깨진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여권과 사법부의 갈등으로 국회에서의 임명 절차가 불투명해지면서 대법관 공백 사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 대법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출근길에 ‘청와대에 후임 대법관을 서면으로 통보한 이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청사로 향했다. ‘(청와대와) 조율이 잘 안됐느냐’는 물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다음 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전날(18일) 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이번 제청은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않고 서면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간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는 청와대와 대법원이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조율한 뒤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만나 최종적으로 제청하는 방식이 관례로 자리잡아 왔다. 헌법과 법원조직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관례와 달리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를 예방하지 않은 채 서면을 통해 제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수개월 동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서면 제청이 이뤄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 전 대법관 후임 후보는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4명으로 압축해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했지만 이후 임명제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1순위로 염두에 둔 후보가 달라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법관의 퇴임까지 임박하게 되자 조 대법원장이 두 사람의 후임을 한꺼번에 제청하는 전격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제청 문제에 관한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 마냥 대법관 공백을 지연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2명에 대해 서면제청이란 이례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악화일로를 걸어온 여권과 사법부의 관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과 대법원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과 여권의 이른바 ‘사법개혁 3법’(재판소원 도입·대법관 증원·법왜곡죄 신설) 추진을 둘러싸고 거듭 충돌한 바 있다. 여기에 대법관 인선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의 반발이 실제 인준 거부로 이어질 경우 노 전 대법관 후임 공백은 물론 이 대법관 퇴임에 따른 추가 공백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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