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지역 대체안·제도개선 용역 발주
2040년 목표 새 도시관리 모델 설계
정부 비주택용지 전환 방안과 맞물려
서울시가 토지의 쓰임과 개발 밀도를 구분하는 ‘용도지역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는 안을 추진한다. 정부가 ‘8·13 공급대책’을 통해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등 토지 이용 규제를 유연화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토지 이용 방식 체계가 바뀔 지 주목된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1일 ‘미래도시 대응을 위한 점진적 용도지역제 대체방안 및 제도개선 마련’ 용역을 발주했다. 내달 8일 입찰을 거쳐 18개월간 진행되는 해당 연구용역을 통해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현행 용도지역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도시관리체계를 마련한다.
용도지역제는 토지를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 등으로 나눠 토지 이용과 건축물의 용도, 건폐율·용적률 등을 달리 적용하는 제도다. 현행 국토계획법과 시행령은 용도지역별 건폐율과 용적률의 상한을 정하고 이 범위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세부 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용역에서 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급격한 도시환경 변화에 기존의 획일적이고 경직된 용도지역제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용역 자체는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의 주택 공급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시기와 맞물리게 됐다”고 말했다.
먼저 용도지역제를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로드맵을 짜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토지이용 규제수단과 미래형 도시관리 모델을 설계한다. 최종 목표연도는 2040년으로, 시는 중장기적인 주택 공급 체계를 새로 만든다는 목표다.
시는 주거·상업지역 등 유형별 후보군을 도출하고 평가 기준을 마련해 시범 대상지를 선정한 뒤 새 제도를 적용했을 때 공간 이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증 분석할 계획이다. 향후 준공업지역 등 용도 간 경계가 변화하고 있는 지역이 시범 대상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용도지역의 경계를 낮추고 토지 이용을 유연하게 만들 경우 기존 상업·업무·공업용지 등에 주거 기능을 추가하거나 저밀 토지의 개발 밀도를 높이는 것이 쉬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 공급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정책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선 상업용지 등 수요에 비해 과도하게 계획됐거나 장기간 방치된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바꾸기로 했다. 3기 신도시 1만가구를 포함해 비주택용지 전환을 통해 2030년까지 총 3만가구를 우선 착공하고 추가 전환 물량도 계속 발굴할 계획이다. 토지 수요 변화에 맞춰 용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도 재정비한다.
공공 소유 토지뿐 아니라 민간 토지까지 범위를 넓힌다. 국토교통부는 민간이 보유하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비주거용지나 저밀 주거용지를 중·고밀 주거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다음 달 연구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용역과 관련해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국토부와 사전 협의해 추진한 내용은 아니지만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용도지역제를 대폭 손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행 국토계획법과 시행령이 주거·상업·공업 등 용도지역 체계와 각 지역의 건폐율·용적률 상한을 규정하고 있어 서울시 도시계획조례만 고치는 것으로는 제도 전반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이를 고려해 이번 연구에서 국토계획법과 도시계획조례 등 관련 법령의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구 결과에 따라 서울시가 정부에 국토계획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도지역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양당 합의로 제정된 ‘21세기 주택법(21st Century ROAD to Housing Act)’은 주차장 기준 완화, 용적률·높이 상향, 다가구주택 허용 확대, 역세권 고밀개발 등을 담은 구획화 개편 지침을 주택도시개발부(HUD)가 마련하도록 했다. 다만 채택 여부는 주·지방정부의 자율에 맡겼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과거 장치산업처럼 물리적인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산업을 중심으로 토지 용도를 구분했다면 첨단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용도지역 간 구분이 희미해지고 복합지역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윤성현 기자
quq@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