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ㆍ양영경 기자]지난달, 다가올 추석을 기대하며 ‘추석 수혜주’로 꼽혔던 유통관련 종목에 투자했던 직장인 A씨. 명절에 조카들 용돈이라도 마련해볼까 돈을 넣었지만, 막상 추석이 다가와 돈을 좀 빼볼까 했더니 주가가 와르르 무너졌다. 덕분에 올해 A씨는 빈손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 사태에 이은 북핵(北核) 리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우려, 갤럭시노트7 파동 등으로 국내 증시가 휘청이면서, 추석 특수를 기대했던 운송ㆍ여행ㆍ유통ㆍ식품주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사드발 악재로 추석 관련주가 하락하면서 매도 타이밍을 잡지 못한 A씨는 울며겨자먹기로 주식을 보유한채 추석을 나려 결심했다.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결국 가슴 졸이며 연휴를 보내야할 처지가 됐다.
▶운송ㆍ여행주 ‘낙폭과대주’인줄 알았더니…=13일 코스콤이 분류한 섹터별시세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12일 현재까지 한 달 동안 서울고속터미널 관련주는 17.58% 급락했다.
같은 기간 항공운송주는 3.20% 내렸으며, 여행주는 7.38% 뒷걸음질치는 등 그동안 섹터 전반이 하락했다.
종목별로 보면 서울고속터미널 중에서는 한진이 마이너스(-)26.17%로 주가가 가장 많이 빠졌고, 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14.33%로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여행주 주요업종 가운데선 롯데관광개발(-8.98%), 하나투어(-5.27%), 모두투어(-4.54%) 등 전 종목이 하락했다.
일부 종목들의 경우 증시 전반의 약세뿐 아니라 그룹 내 악재와 업황의 둔화 등도 주가하락을 가중시킨 요인이었다.
특히 한진그룹은 한진해운과 관련한 리스크로 전 그룹사의 주가가 영향을 받았다.
한진은 한진해운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는 완전한 해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한진의 본업마저 위태롭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하역부문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하다”며 “택배부문 역시 CJ대한통운의 공격적인 영업에 밀려 성장이 둔화되는 등 당분간 보수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1.90% 주가가 올랐으나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해야 하는 부담은 여전하다.
아시아나항공은 1662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결정했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기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이나 기존 총주식수 대비 17% 가량 주식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희석에 의한 주가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나투어는 지난 2분기 28억원의 총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3분기도 면세점의 경우 50억원대의 적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려에도 여전히 꾸준한 관광객 수는 긍정적이다. 지난달 국내 전 공항의 국제 여객 수송객수는 전년대비 26.5% 증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 수송은 전월대비 다소 둔화됐으나, 여전히 5.6%, 9.2%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유통ㆍ음식료株, 특수 기대에도 아랑곳=매년 추석이면 ‘대목’을 맞았던 유통업체들의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대형 유통업체인 현대백화점(-5.18%), 롯데쇼핑(-1.72%), 신세계(-4.43%) 등은 이달 들어 주가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하락세가 소비경기 둔화로 인해 유통업체가 누리는 추석특수가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평균소비성향은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70.9%를 기록했다. 소득분위별로도 2~4분위의 평균소비성향이 모두 하락해 사실상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이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8일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금지법)은 대형 유통업체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임영주 흥국증권 연구원은 “곧 시행될 김영란법은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상품권과 명품, 5만원 이상 명절선물 비중이 20%가 넘는 백화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 때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5만원 이상 선물세트의 매출 비중은 각각 90%, 85%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들의 올 한해 실적 전망치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추정기관수 3곳 이상)는 3개월 전 추정치보다 2.51% 줄어든 4029억원으로 조정됐다. 신세계와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각각 8.38%, 15.97% 줄어든 2502억원, 8127억원으로 추정됐다.
중저가 추석선물을 내세워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예상됐던 가공식품 업체들의 주가에도 아직까진 볕이 들지 못하고 있다. 동원F&B(5.37%)를 제외한 CJ제일제당(-5.78%), 대상(-10.45%), 오뚜기(-5.01%), 사조오양(-2.90%) 등은 이달 들어 줄줄이 하락세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음식료주는 지난 2011년~2015년과는 달리 올 들어 원가율이 상승하는 국면에 놓여 있다”며 “추석이라는 계절적인 성수기 요인에도 3분기까지는 부진한 실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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