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광개토체육관·돌아오지 않는 다리서 추모

브런슨 사령관 긴급 불참, 유가족·생존자 참석

18일 경기도 파주 캠프 보나파스에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50주년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18일 경기도 파주 캠프 보나파스에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50주년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파주 국방부 공동취재단·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인근 미루나무가 잘려 나간 자리 표지석 뒤로 18일 오전 유엔사 깃발과 태극기 성조기가 섰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약 50m 떨어진 돌아오지 않는 다리 왼편 한국군 초소 1동에 한미 장병 각 1명이 북측을 바라보며 경계를 섰다. 표지석 앞에는 권총을 찬 장병 17명이 4열 종대로 도열한 뒤, 미측 부사관의 제병지휘에 따라 두 사람의 이름을 계급과 함께 세 차례 호명했다. 거수경례가 이어졌다.

이날은 1976년 유엔군 초소 시야를 가리던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감독하던 아서 보니파스 소령(당시 대위)과 마크 배럿 중위가 북한군의 도끼 만행으로 숨진 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다.

유엔군사령부 주관 50주기 추모식에는 두 사람의 유가족과 김문환 예비역 소령, 스콧 윈터 유엔사 부사령관(호주 육군 중장), 한미 JSA 경비대대장인 차민호·마이클 베이커 중령, 전인범 전 육군 중장 등 내외빈 130여 명이 참석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훈련 축소 지시’ 속 국방부 방문으로 불참, 윈터 부사령관이 추모사를 대독했다.

이번 행사는 이날 오전 JSA 경비대대 광개토체육관에서 국가 연주와 기도, 역사 소개에 이어 추모사 순으로 진행됐다.

김 소령은 1976년 JSA 한국군 중대장으로 현장에 있었고, 함께 근무하다 부상당한 배재복 씨 등 당시 생존자들도 자리를 지켰다.

김 소령은 “8월 18일 북한군은 정전협정을 위반해 도발했고, 보니파스와 배럿이 희생됐다”며 “한미 양국은 자위권을 발동해 강력히 대응했고, 김일성은 한미의 군사적 힘 앞에 굴복하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은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이자 훌륭한 군인이었다”며 “유가족을 내 가족으로 생각하고, 두 영웅을 기억하고 명예를 선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18일 경기도 파주 캠프 보나파스에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50주년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18일 경기도 파주 캠프 보나파스에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50주년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베스 보니파스는 “아버지를 여윈 지 어느덧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이 선뜻 믿기지 않는다. 당시 저희 남매의 나이는 고작 여덟 살, 여섯 살, 그리고 세 살이었다”며 “어른이 된 지금에야 비로소 우리는 아버지의 용기와 인품, 그리고 그 숭고한 희생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윈터 부사령관은 브런슨 사령관 명의의 추모사를 통해 “50년 전 오늘, 아무런 이유 없이 자행된 잔혹하고 고의적인 폭력 행위가 JSA의 정적을 깨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보니파스 소령과 배럿 중위는 방어 작전을 수행 중이 아니었다”며 “투명성과 안정, 평화의 이름으로 일상 임무를 수행하다 자유의 최전방에서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상은 수많은 면에서 변했지만, 비무장지대(DMZ)의 근본적인 진실은 변하지 않았다”며 “평화는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상태가 아니다. 지켜내고 쟁취해야 하며, 때로는 피로써 대가를 치러야 하는 취약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추모식은 오전 11시 20분 미루나무 자리에서 이어졌다. 보니파스 소령의 외손주 브래디 디코어와 딜런 디코어가 몇 주 전 상자를 열고 읽은 편지를 들고 단에 섰다. 1976년 한국에서 뉴욕의 아내와 세 자녀에게 보낸 편지 등이었다.

두 사람은 “7000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아버지는 자녀들의 삶에 함께하려 했다”며 여덟 살 베스에게는 집안일을 돕고, 다섯 살 브라이언에게는 학교에서 잘 지내라고 말한 대목을 전했다.

1976년 여름, 보니파스 소령은 아내에게 “우리는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 같다. 무슨 이유인지 6월에는 저들이 우리를 몹시 괴롭히고 있다”고 전했다.

18일 경기도 파주 캠프 보나파스에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50주년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18일 경기도 파주 캠프 보나파스에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50주년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2015년에 이어 현장을 다시 찾은 베스 보니파스는 JSA 견학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뭐라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며 “유엔사 틀 안에서 한국군과 미군의 역할 수행 방식은 조금 달라졌지만, 한미동맹은 여전히 공고하고 이곳 JSA는 여전히 매우 위압적인 장소”라고 설명했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잃은 메건 디코어는 “기억의 대부분은 사진 속 모습뿐”이라며 “아버지를 더 알아갈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유산을 기려주는 미군과 한국군에도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배럿 중위 조카 스테이시 애덤스는 “한국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니파스와 배럿을 잊지 않고 이렇게 정성껏 기려주는 것에 어머니께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신다”고 했다.

JSA의 앞날을 묻자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길은 때로 길고 험난하다”며 “이 사건은 한국을 지키고 북한의 침략을 막아야 한다는 목표 아래 한미를 더 굳건히 묶어 주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화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1976년 8월 18일 북한군은 판문점 JSA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감독하던 유엔사 측을 도끼와 몽둥이 등으로 습격했다. 보니파스 소령과 배럿 중위가 숨졌고, 한미 장병 다수가 다쳤다. 사흘 뒤 한미는 폴 버니언 작전으로 해당 미루나무를 베어 냈고, 정전 이후 처음으로 데프콘 3이 발령됐다. 희생 이후 JSA 남쪽 기지는 그의 이름을 따 캠프 보니파스로 불리고 있다.


rimsclub@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