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팹(Fab·공장) 1차 완공 목표를 2029년으로 설정했다. 호남 팹의 완공 시기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임기 내 완공’을 내건 이후 목표 시점을 구체화한 것이다.

대만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이 기업과 원팀이 돼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해 국가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투자의 주체들이 호응하려면 부지·전력· 용수 등 인프라 구축에 대한 세밀한 로드맵이 관건이다.

인프라 구축의 선결과제인 부지 확보에 대해 정부는 광주 군 공항의 기능을 2028년 중순까지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해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광주 군 공항 부지를 인도받는 즉시 팹 건축을 시작해 2029년까지 1차 완공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에 각각 반도체 팹 2기씩, 총 4기를 짓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인데 이중 일부를 완공해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2028년 6월부터 착공해 2029년 말까지 완공하게 되면 1년 6개월 만에 1차 팹이 지어지게 된다. 이는 우리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는 ‘구마모토 사례’를 뛰어넘는 것이다.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지은 반도체 공장은 착공부터 가동까지 1년 10개월 걸렸다. 도전적인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를 적기에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은 6.3기가와트(GW), 용수는 하루 65만톤(t) 규모다.

광주 군공항 부지의 반도체 산단 활용 시점이 앞당겨진만큼 당초 2030년으로 설정됐던 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내야 한다. 지역 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열병합, 액화천연가스(LNG), 그리고 원전으로 안정적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고, 특히 1단계 지중선로 공기를 단축하는 계획이 차질없이 실행돼야 한다. 용수의 경우 이상기후로 빈번해질 가뭄 등을 고려해 체계적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섬진강·영산강 8개 댐의 총 저류량 확충과 하수 재활용, 지하수 저류댐 개설 등 용수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인공지능(AI)이 ‘전기먹는 하마’로 불리듯 첨단산업 투자 속도를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2019년 계획 발표 이후 환경영향평가, 용수 문제, 토지 보상에 발목이 잡혀 착공까지 6년 걸린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공장의 실패를 되풀이하게 되면 무섭게 따라붙는 일본과 중국에 추월당하는 날이 닥칠 수 있다. 호남 팹 1차 완공 3개년 프로젝트가 ‘인프라 퍼스트’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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