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동결에 한미 금리차 1%P 유지
인상 의견 3명…매파적 분위기 짙어져
美 장기국채 급등…韓 금융시장 영향권
韓 선제적 인상 가능성…경제도 뒷받침
7월 물가 관건…근원물가 상승세 주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차는 유지됐지만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3명의 ‘인상’ 반대표와 물가에 대한 케빈 워시 의장의 강경한 태도 등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정책 선호)적 기조는 더 짙어졌기 때문이다. 2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깜짝 성장한 것도 금리 인상 부담을 덜어줬다. 다음달 초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가 8월 연속 인상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美 3명 ‘반대표’ 속 기준금리 동결…장기 국고채 금리 급등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새벽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3.5~3.75%로 5연속 동결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포인트로 유지됐다. 지난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5%에서 2.75%로 올리며 한미 금리차도 0.25%포인트 좁혀졌다.
한미 금리차는 한은의 통화정책 운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미 금리 역전은 2022년 미국이 한국 금리를 넘어선 뒤 4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미 금리차는 2025년 12월 1.5%포인트에서 1.25%포인트로 좁혀진 뒤 약 7개월 만에 재차 격차를 좁혔다. 1%포인트의 한미 금리차는 2023년 1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다만 연준의 매파적 분위기는 더욱 짙어졌다.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다. 다음달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한미 금리차가 다시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직전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12명 중 3명이 인상을 주장했다. 케빈 워시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부드럽거나 암묵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목표는 없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의 기준금리 예측 도구인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29일(현지시간) 기준 57.4%로 동결(42.6%) 전망보다 14.8%포인트 높았다.
시장에서도 인상 가능성이 선반영된 흐름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9% 하락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3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도 뉴욕증시 마감 직후 0.11%포인트 오른 5.21%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미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22~2024년 글로벌 통화 긴축기에 한국 장기금리 변동의 58%가 미국 국채금리 충격에서 비롯됐다. 주요국 35곳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국고채 금리는 회사채와 은행채,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미국발 금리 상승은 한국 국채와 시장 금리를 높여 기업과 가계의 차입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달러 수요를 자극해 외화 자금 유출을 유발할 우려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30일 오전 9시 20분께 한국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전일 종가 대비 0.008%포인트 오른 4.523%에서 거래되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0.011%포인트 오른 4.266%에 거래 중이다.
앞으로 관건은 유가 흐름이 될 전망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들어 유가가 반등하면서 6월 만장일치 동결에서 기준금리 인상 3표로 매파적 이동이 관찰됐다”며 “8월에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월평균 8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반등하며 9월 매파적 색채가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몇몇의 경계감에도 투자를 중심으로 견조한 모습이고, 고용은 감소 우려에서 벗어났다“며 ”인플레이션 지속 기간이 연장될 경우 한시적인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리 인상 기조 가속…7월 근원물가 얼마나 올랐나
한은으로서는 당장 한미 금리차 확대 부담은 덜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려 한미 금리차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여지도 여전히 크다. 특히 9월 FOMC를 앞두고 이달에 이어 8월 금통위에서 연이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 ‘깜짝 성장’도 연속 금리 인상에 힘을 실었다. 2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속보치)는 전기 대비 0.6% 성장했다. 지난 5월 한은이 전망한 성장률(0.2%)보다 세 배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7% 성장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3%대 연간 성장률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8월 초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마저 높은 수준을 이어간다면 연속 인상에 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은 이란 전쟁 이후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초 2%였던 소비자물가는 3월 2.2%, 4월 2.6%, 5월 3.1%, 6월 3.2% 등 물가안정 목표치(2%)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7월에는 6월보다 상승폭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한은에서는 근원물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근원물가란 에너지나 식료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 지수다. 단기적인 충격을 배제해 물가의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근원물가 지표로 쓰이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3·4월 2.2%에서 5·6월 2.5%로 오른 상태다. 7월에는 이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2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근원물가 상승을 잡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상 시기와 어느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느냐는 앞으로 입수할 데이터와 경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30일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 등으로 시장 불안심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 연준 통화정책, 중동 사태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확대된 만큼 앞으로도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국내 금융·경제 영향을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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