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치동 ‘전동 킥보드’ 이용 실태
헬멧 안쓰고 골목서 튀어나오기 예사
주차구역 밖 멋대로 널브러진 킥보드
킥보드 견인 강남구만 1만3000여건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이준영 수습기자] “학원 갈 때는 항상 킥보드 타는데 헬멧을 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헬멧을 쓰지 않은 채 킥보드를 몰던 한 고등학생 A군은 이같이 말했다.
A군은 “지금까지 학원을 오가는 용도로 킥보드를 타며 한 400만원가량 쓴 것 같은데 그동안 단속에 걸린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헬멧을 들고 다니기도 버겁고 불편해서 안 쓴다”고 말했다.
흔히 전동 킥보드라고 불리는 개인형 이동장치(PM)가 도로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경찰이나 지자체가 무분별한 운행을 단속하는 등 질서 잡기에 나섰지만 무법 운행은 여전했다.
특히 학생들이 PM을 즐겨 쓰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선 헬멧을 착용한 이들을 보기 힘들었다.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를 4초 남기고 골목길에서 튀어나와 보행자 사이를 비집고 길을 건너는 모습도 목격됐다. 좌우 시야가 제한된 경사길에서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가 곡예주행을 펼치는 탑승자도 있었다. 사용 후 반납된 킥보드는 지정 주차 구역 밖에 널브러져 있었다.
본격적인 방학철이 시작된 이날 오전부터 학생들이 학원가로 몰리자, 킥보드로 인한 위험천만한 장면도 연출됐다. 이날 기자는 오전과 오후 총 23명의 전동 킥보드 탑승자를 만났다. 이 가운데 헬멧을 쓴 착용자는 배달 라이더 1명뿐이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킥보드 등 PM 사고는 ▷2022년 2386건 ▷2023년에는 2389건 ▷2024년 2232건 ▷2025년 1915건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수십건의 사망사고도 발생한다.
헬멧 없이 킥보드를 타던 학생들은 ‘위험한 줄 알면서도 급하니 탄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박모(19) 군은 “등원 시간에 차가 워낙 많아서 버스도 막힌다. 빨리 가야 할 때는 버스에서 내려서 킥보드로 갈아탄다”고 설명했다.
이어 “헬멧을 안 쓰고 킥보드를 타면 범칙금을 내야 한다는 걸 안다”면서도 “단속에 걸린 적은 없다. 친구 중에서도 킥보드 타는 친구들이 단속된 경우를 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이모(19) 군은 “학원 늦을 때 가끔 타는 거라 평소에 헬멧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대부분 급할 때 타다 보니 길가 아무 데나 대충 세워두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도 헬멧 미착용 등 법에 어긋난 운전 행위가 보이면 단속하나 매일 PM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외근 및 순찰 시 위반자가 보이면 현장에서 단속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이륜차 일제 단속 등이 있었지만 그 외에 특별한 추가 단속 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킥보드 주행 사고뿐 아니라 불법주차도 ‘골치’다. 이날 대치동 일대에선 무분별하게 세워진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킥보드 전용 주차장이 있지만 정해진 곳에 세워진 것보다 도로 곳곳에 제멋대로 놓인 킥보드가 더 많았다. 한 편의점 운영 점주는 “자전거, 킥보드 때문에 미치겠다”며 “길도 좁은데 계속 세워두니 직접 치운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킥보드를 치워도 치워도 계속 쌓이니 이제 사고가 나든지 말든지 자포자기”라며 “학생들 전부 헬멧도 안 쓰고 탄다. 또 2~3명이 한 번에 타는 것도 자주 보인다”고 했다.
도로 여기저기 세워진 PM을 이동 견인하는 사례는 강남구에서 단연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의 PM 견인 건수는 1만3117건으로 집계됐다. 두 번째로 많은 송파구(6829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많다. 애초에 도로 질서를 해치는 주차를 방지할 뾰족한 수는 못 내고, 사후 대응만 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PM 운영업체가 기기에 대한 관리 책임을 갖고 있다”며 “다만 일부 업체가 고객센터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서 구청으로 민원이 접수되는 경우 우선 운영업체에 민원 내용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일정 시간 이상 방치된 킥보드는 구청이 직접 옮겨 세우고 견인료를 운영업체가 부과한다.
한 PM업계 관계자는 “이용자의 불법 주차는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하고 있고 자체 인력이 현장에 나가 조치하고 있다. 헬멧 미착용에 대해서는 안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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