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 등 주요 지수들이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 등 주요 지수들이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코스피가 7000선을 회복했지만 국내 증시의 활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 상반기 증시 급등기에 몰려들었던 개인투자자들이 급락장을 거치면서 차익 실현과 본전 매도에 나선 영향이다. 증시 거래대금은 불과 석 달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 연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1조원으로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 약 50조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거래대금은 증시 상승과 함께 가파르게 불어났다. 1월 약 27조원이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5월과 6월 50조원 안팎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7월 37조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8월에는 26조원까지 감소했고, 이달 들어서는 20조원 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월평균 거래대금이 20조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스피가 급등 이후 큰 폭의 조정을 받은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빠르게 시장을 떠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수가 다시 7000선 부근까지 올라오자 기존 매수자들의 ‘본전 매도’와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지면서 지수 상승에도 거래 활력이 되살아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 코스피가 7000선을 사수한 22일에도 개인은 조 단위 매도 폭탄을 쏟아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19포인트(0.15%) 오른 7017.91에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미국 기술주와 반도체주 강세를 받아 2% 넘게 뛰었지만 결국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정규장 마감 기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089억원을 순매도했다. 장 초반 매수 우위였던 기관도 119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850억원을 순매수했다.

7000선 부근에 매수 물량이 집중된 만큼 지수가 회복할수록 개인의 매도 압력이 커지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급등장에서 뒤늦게 증시에 진입한 투자자들이 이후 급락 과정에서 손실을 경험한 만큼,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기존 보유 물량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내부의 온도 차도 뚜렷하다. 22일 코스피는 7000선을 지켰지만 상승 종목은 384개로 하락 종목 462개보다 적었다.

유안타증권은 외국인 매수세 역시 시장 전반보다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대형주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오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지수가 급등했지만 오후 들어 유가 반등과 미국 주가지수 선물 약세, 7000선과 반도체 박스권 상단에서의 차익 실현이 겹치며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과 상승 종목 수, 업종을 보면 아직 시장 전체의 추세적 상승으로 확산된 단계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특히 외국인의 전기·전자 업종 매수세가 지속되는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기존 박스권 상단을 넘어서는지가 추가 상승의 관건이라고 봤다. 또 거래대금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업종 실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수만 놓고 보면 코스피는 다시 7000선을 회복했지만, 거래대금과 개인 수급에서는 아직 증시 신뢰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과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타법인이 개인 매물을 받아내며 지수를 지탱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과거 약세장 전환 이후에도 상당 기간 자금이 유입되던 과거 패턴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수급의 키는 외국인으로 이동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외국인 수급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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