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이후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물류재앙을 몰고 오면서 해상 물류망을 외국에 송두리째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기존 선적화물의 운송책임은 한진해운에 있다며 책임을 미루는 사이에 미국 관리들은 자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정부 및 업계 관계자와 대책을 논의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외국의 거대 해운사들은 한진해운의 공백을 이용해 해상 물류망을 장악하기 위한 공략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해운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통합현대상선 구성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구조조정이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약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진해운 책임 주장하는 ‘한국’과 다른 美=8일 한국을 방문한 미 상무부 관계자들은 9일 해양수산부 등 우리 정부 측과 만나 비공개로 물류 차질 해소방안을 모색했다. 이들은 윤학배 해수부 차관 등 관계자들과 만나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한 물류대란 해소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영석 장관은 광양항만 방문 일정으로 면담 참석은 힘든 상황이라고 해수부는 전했다.
미국이 당국자를 신속하게 한국에까지 파견한 것은 미 정부가 이번 한진해운발 글로벌 물류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화물 운송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대 쇼핑시즌인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등을 겨냥한 소매업체들의 경영이 타격은 받게 된다. 소비자들도 원하는 물건을 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정부가 나선 것이다.
이와 달리 우리 정부는 “기존 선적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것은 한진해운과 대주주의 책임”이라며 대주주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도 비정상 운항중인 선박의 정상화를 위해 외교역량을 기울이고 있으나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 거대 해운사, 한진해운 빈자리 공략= 세계 1ㆍ2위 해운사들이 한진해운의 빈자리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오는 15일부터 부산~상하이(중국)~옌톈(중국 광저우)을 거쳐 캐나다 서부 프린스루퍼트항을 왕복하는 태평양 노선에 5000TEU(1TEU=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선박 6척을 투입키로 했다. 또 세계 2위 선사인 MSC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해운동맹인 2M동맹의 선박을 활용해 옌톈~상하이~부산~롱비치항(미국) 노선에 4000TEU급 선박 6척을 투입한다. 이미 세계 4위 코스코는 부산에 선박 투입을 결정했고, 세계 8위 양밍도 미국 노선 선박이 부산항을 경유하도록 조치했다.
안기명 한국해양대 해운경영학부 교수는 “태평양 노선에서 강력한 경쟁자(한진해운)의 침몰 가능성이 커지자 저운임 전략으로 치킨게임을 주도하던 글로벌 해운사들이 태평양 노선 공략을 본격 시작한 것”이라며 “거대 해운사들이 본격적으로 태평양 항로를 노린다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현대상선으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통합현대상선은 물건너가나=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이후, 현대상선 대주주인 채권단과 정부는 한진해운의 우량 선박 계약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유일한 국영 해운사인 현대상선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는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간산업인 해운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지금 상태라면 ‘통합 현대상선’의 경쟁력도 의문시된다. 현대상선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4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내면서 보유 자금이 7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영업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유동성 위기에 다시 빠질 가능성도 있다.
해수부는 이같은 통합선사 등 해운산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방안을 다음달안으로 수립ㆍ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데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한진해운이 갖고 있던 영업망이나 물량은 외국 선사에 뺏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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