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소비 · 다양성의 아름다움… ‘일석이조’ 재료로 주목 폐목재 활용한 ‘업사이클 가구’ 100% 수작업으로 높은 가치 색상 · 표면 · 촉감 · 깊이감…쓰레기란 인식 넘어 ‘세월의 작품’ 으로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거나 적은 조각. 국어사전에 등재된 ‘자투리’의 정의다. 자투리는 서럽다. 자투리는 결코 제 스스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다른 자투리와 몸을 합쳐야만 겨우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 해도 ‘누더기’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완벽한 대칭과 균형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된 세상 속에서, 자투리는 그저 속절없이 버려져야 할 기준 미달의 부스러기 혹은 쓰레기일 뿐이다. 그러나 자투리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속 가능한 소비, 다양성의 아름다움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하면서부터다.
이 새로운 기준 아래서 자투리는 아름답고 또 착한 존재다. 저마다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작은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각각의 제품마다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그 특별함에 사람들은 매료된다. 아울러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 )다. 이른바 ‘자투리의 화려한 대변신’이다.
▶버려진 자투리 목재, 디자인 가구로 재탄생하다=세상에 수많은 자투리 재료 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목재’다. 다른 재료에 비해 가볍고 강하면서도 가공이 쉬운 특성 탓에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재단되는 부분이 많을뿐더러,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분이 부러지거나 빛이 바래 ‘작품’에서 자투리로 전락하는 폐목재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목재재활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자투리ㆍ폐목재는 170여만t에 달한다. 아직 동남아 등 특정 지역에서 목조 주택이나 목조 선박 건조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자투리ㆍ폐목재의 양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즉, 지구 한쪽에서 새로운 목재를 생산하기 위한 대량 벌목이 행해질 때, 다른 한편에서는 자투리ㆍ폐목재를 소각ㆍ매립하는 소모적인 과정이 매일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그 참혹한 자연 파괴의 고리를 ‘업사이클 가구’라는 새로운 개념이 끊고 나섰다. 업사이클 가구는 부러진 삽자루부터 버려진 나무 상자, 철거된 목조 주택으로부터 나온 폐목재 등 자투리 목재 고유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조합하거나 개성 있는 분위기로 연출한 가구다.
국내에서는 산업 디자인 전문회사 SWBK의 업사이클 가구 전문브랜드 ‘매터앤매터’ 가구가 유명세를 얻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수제 가구공장을 운영하는 매터앤매터는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집과 화물을 운송하던 트럭의 적재함, 어선으로 사용하던 나무배 등을 해체해 재료를 얻는다.
일반적인 ‘판목재’가 아니라 두께와 형태, 수종이 모두 다른 목재를 가공해야하기 때문에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매터앤매터 한 관계자는 “각각의 목재가 가진 사연과 형태를 유기적으로 표현하고자 가구의 다리와 등판, 다리와 다리가 만나는 부분을 직접 손으로 다듬고 끼워 맞춰 새로운 가구를 완성한다”며 “이를 통해 오랜 세월을 버틴 목재의 아름다움과 지속 가능한 소비의 의미를 동시에 전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명 디자이너도 ‘세월의 작품’을 이길 순 없다=자투리ㆍ폐목재로 만들어진 ‘업사이클 가구’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소재의 ‘역사성’에 있다. 방금 켜낸 나무와 다르게 50년 이상의 세월을 견뎌낸 자투리ㆍ폐목재는 색상과 표면의 깊이감, 촉감 등에서 더욱 견고하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이다.
예컨데,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집에서 나온 자투리 목재로 만든 가구의 경우 ‘자원의 재활용’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그 곳의 역사와 시간까지 담고 있다. 또 수십 년간 바다를 떠다니며 사람을 나르고 고기를 잡던 선박은 물 밖으로 나와 의자로 환생해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과 공존한다. 보통의 가구와는 다른 업사이클 가구의 가치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이에 따라 업사이클 가구는 소재의 순수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별도의 가공이나, 후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구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소재의 개성은 가구 각각의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차별화하고, 소비자에게 겐특별함’을 제공한다.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양산된 가구가 아니라 ‘나만을 위한 가구’, ‘내가 선택한 가구’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화물트럭 적재함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Puso’라는 자투리 목재에는 각 운송업체의 로고나 트럭이 운영되던 당시에 유행하던 색깔의 페인트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가구로 만들 경우 굉장히 다양하고 독창적인 색감을 표현하게 된다.
매터앤 한매터 관계자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가구를 원하는 소비자는 업사이클링 가구 중에서도 페인트칠이 되지 않은 일반 제품을 많이 찾지만, 독특함과 특별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는 소재 고유의 색감과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제품을 찾는다”며 “이같은 소비자를 위해서는 따로 주문 제작을 신청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