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갑작스럽게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김정구(24)는 MBC 20기 공채 개그맨이다. 개그맨이라는 직업보다 ‘비극의 현장’에 주저없이 달려간 ‘민간잠수사’로 최근엔 더 이름이 알려졌다.

진도에서 돌아온 이후 그에게 몇 번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애도가 먼저”라며 정중히 고사하던 그를 지난 9일 오후가 돼서야 만날 수 있었다. 김정구가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구가 사고 소식을 처음 접한 건 SNS 유머사이트였다고 한다. “곱씹어 생각해도 소름끼칠 만큼 무서운 일”이라며, 당시 “‘우와!우리 학교 기사 떴다’는 댓글도 봤다”고 한다. 정부의 발표가 오락가락하던 때였고, 언론에선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쏟아질 당시였다. 김정구도 해프닝인 줄만 알았던 사고 소식이었는데, TV를 틀자 사태의 심각성을 목도하게 됐다. 비극적인 참사를 목도한 김정구는 뉴스를 본 뒤 “진도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안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도 컸다.

김정구가 산업잠수를 하게 된 것은 사실 여유롭지 않았던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학창시절엔 공부를 그리 잘 하는 편도 아니었고, 방황도 많이 했어요. 산업잠수를 하게 된 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때문이기도 했어요.”

해양과학고를 다녔지만, 고교시절은 김정구에게 ‘인생의 암흑기’와도 같았다. 집도, 학교도, 친구도 편치 않았다는 그는 학교를 자퇴한 후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열아홉 살 땐 ‘가출청소년’이라는 딱지를 안기도 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방황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연세가 많은 어머니”를 떠올리면 “내가 이렇게 헤매고 다닐 환경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했다.

김정구(개그맨)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갑작스럽게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김정구(24)는 MBC 20기 공채 개그맨이다. 개그맨이라는 직업보다 ‘비극의 현장’에 주저없이 달려간 ‘민간잠수사’로 최근엔 더 이름이 알려졌다.
김정구(개그맨)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갑작스럽게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김정구(24)는 MBC 20기 공채 개그맨이다. 개그맨이라는 직업보다 ‘비극의 현장’에 주저없이 달려간 ‘민간잠수사’로 최근엔 더 이름이 알려졌다.

하루 빨리 “가장 역할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김정구는 검정고시를 본 뒤 2009년 한국폴리텍3대학 산업잠수과에 입학했다. 농담처럼 “무식하면 열심히 한다”고 말하지만, 그 때 처음 취득한 개방수역다이버(오픈워터) 자격증을 시작으로 국가기술자격법에서 인정하는 공인 자격증(잠수 기능사, 잠수산업기사)까지 보유하게 됐다. 국제자격증만 해도 5개가 넘고, 전문적인 잠수사를 육성할 수 있는 자격도 이미 갖춘 상태다.

“흔히들 잠수는 4D 직종이라고 해요.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Dirty, Dangerous, Difficult) 것에 ‘Deadly’가 더해졌죠. 다행히도 적성엔 잘 맞았어요.무인잠수정부터 스쿠버 등 학교에선 교과서적인 수업을 배웠어요. 2년 과정이었지만, 전 휴학하고 돈을 버느라 4년간 다녔어요.”

이미 충분한 실력과 자격을 갖춘 터라 김정구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진도로 향하게 됐다.

이름이 알려진 스타는 아니었지만, ‘민간잠수사’로 자원봉사를 떠난 이유로 김정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장식한 유명인이 됐다. 하지만 그는 매주 일요일 밤 MBC ‘코미디에 빠지다’에 출연하며 시청자와 만나온 개그맨이다.

김정구에게 개그맨은 꿈이었고, 동경이었다. 생계가 고단해 산업잠수사로의 삶을 살려던 김정구는 수많은 자격증을 취득한 뒤 딱 한 번이라도 꿈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열아홉 살 때 잠시 청소년보호센터인 ‘쉼터’라는 곳에 머문 적이 있어요. 웃을 일도 없고, 웃고 싶지도 않은 날들이었죠. 그 곳에서 자원봉사를 오던 개그맨을 만났어요. 정말 웃겼어요. 진짜 웃겨서 막 웃었는데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 때 ‘복지는 최고의 직업이고, 웃음은 최고의 복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KBS2 ‘폭소클럽’과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개그맨 김영민이 그 주인공이었다. 김영민을 만난 이후 김정구는 마음 속으로 개그맨을 꿈꿨다. 그러던 중 산업잠수 관련 자격증을 모조리 취득한 뒤 “더 늦기 전에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꿈을 향한 첫 발을 떼게 됐다. “자격증이 있으니 이젠 먹고 살 준비는 돼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내 최대 코미디언 기획사 코코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으로 들어가게 됐다. 김정구의 코코엔터테이먼트 연습생 시절 동기가 ‘개그콘서트-놈놈놈’에 출연했던 복현규다. 이후 2013년 MBC 공채 20기로 개그맨으로 입성한 김정구는 지난 한 해 매주 일요일 밤 MBC ‘코미디에 빠지다’에 빠짐없이 출연했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삶은 행복했지만, ‘생계형 개그맨’의 삶은 너무도 고단했다. 일 년동안 대여섯권의 아이디어 노트를 작성하며 달려갔지만, 20만원대의 회당 출연료는 그의 어깨를 더 무겁게 했다. 집안의 빚은 쌓여가는 것을 보며, 더이상 꿈만 좇기엔 무리라는 생각도 했다. “그럴 때마다 선배들이 잡아줬다”고 하지만, 지금 김정구가 돌아갈 무대는 없다. 그가 꿈을 향해 달리던 ‘코미디에 빠지다’는 최근 폐지됐다. 김정구는 하지만 여전히 마지막 무대를 기억한다.

“관객을 기억하고 싶어서 커튼콜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어 그랬던 것 같아요. 슬펐습니다. 열심히 밤새가며 노력했는데 이젠 끝이구나 하는 생각과 언제 다시 저 분들을 볼 수 있을까 하고요. 고생하는 우리 동기들 20기 김상희, 맹승지, 김마주, 권형준, 이성배, 허민행, 오지환 모두 안아주고 싶었어요. ‘그래. 우린 열심히 했어’ 하고요. 그 무대를 내려와서 눈물이 나는 걸 겨우 참았어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