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월드컵을 제외하면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참교육과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는다. 학교 안팎의 폭력에 대응해 또 다른 폭력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삼는 참교육이나 간접민주주의에서 국민의 가장 강력한 주권행사 수단인 선거·투표를 제약함으로써 국민 참정권을 침해한 선관위 모두 씁쓸함을 남긴다. 다만 글로벌 TV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른 참교육은 무너진 교권을 비롯한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내 억압받거나 위협받는 약자를 구제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반면 양파껍질처럼 하루가 멀다고 새롭게 드러나는 선관위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국민 불쾌지수만 높일 뿐이다.
헌법은 중앙선관위와 관련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헌법기관 선관위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 입법·행정·사법의 균형과 견제를 마련한 것이다. 중앙선관위원장의 통상 의전서열이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에 이어 5위로 자리매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선관위의 행태는 목불인견 수준이다.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투표용지 인쇄 예산은 유권자의 110%로 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50% 하한 지침이 시행됐다.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은 “헌법상 권리인 국민 참정권이 극히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훼손됐다”고 질타했다.
지방선거 당일 부족이 예상돼 추가 투표용지를 송부받은 투표소는 전국 140개였으며, 추가 투표용지를 실제 사용한 투표소는 91개에 달했다. 잠시라도 투표중단이 발생한 투표소는 26개나 된다. 더욱 한심한 노릇은 당일 상급위원회의 지휘권 발동이나 하급위원회의 보고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시선관위가 중앙선관위에 보고 없이 투표시간을 연장한 것이나 송파구선관위가 투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개표를 시작한 것은 일례다. 여기에 더해 지방선거 이후 선관위 직원들의 선거철 휴가 급증, 외유성 출장, 각종 사건사고 속 최대치 성과급 지급 등 의혹이 우후죽순 뒤따르고 있다.
당연히 선관위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회는 23일부터 중앙선관위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국조특위에 돌입한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지난 9일 출범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진상규명위는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위철환 상임위원, 허철훈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12명에 대한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선거관리체제의 해체 수준 개혁’을 주문하면서 선관위 ‘원포인트 개헌’까지 언급했다.
독립적 헌법기관에 취한 선관위의 무능과 방만으로 인한 상처가 너무 크다. 모범적 민주국가의 국격은 훼손됐고 선거체계에 대한 신뢰는 땅으로 추락했다. 장기화된 ‘올림픽공원 시위’를 비롯한 사회적 비용은 갈수록 불어나고, 극우진영 일각에선 12·3 비상계엄과 부정선거 음모론 옹호 주장마저 득세한다. 한낱 선관위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선관위에 대한 참교육이 절실한 까닭이다. 모두 선관위가 자초한 일이다.
신대원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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