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 시대가 가고, G2 시대가 왔다. G1 시대는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뜻하고, 미국이 패권국으로서 세계의 경찰적 지위를 유지하던 기간을 의미한다. G2 시대는 미·중 양강 체제로 넘어간 국제질서의 변화가 일었으며, 중국의 지위가 상당한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미국의 GDP가 2026년 30조달러를 초과해 성장하고 있지만, 중국도 20조달러를 초과해 바짝 추격하고 있다. 2027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65.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경고했고, 미국은 이를 의식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2026년 5월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이를 언급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은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을 위협할 때 필연적으로 양국 간의 무력 충돌이나 전쟁이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중 패권전쟁은 장기적으로 끝나지 않으리라고 관측되나, 그 정도 면에서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2026년 상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긴장 모드였으나, 2026년 하반기~2027년까지는 관리 모드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G2 사이에 끼인 한국의 외교·안보·경제적 선택이라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양자택일이나 전략적 모호성과 같은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G2 시대의 대응 방향은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유망산업 벨류체인의 한 축을 사수해야 한다. 서비스-모델-인프라에 이르는 AI 벨류체인의 예를 들어보면, 한국은 D램 반도체와 HBM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의 GPU가 필요하고, 중국의 희토류가 필요하다. 그러나 세계는 한국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한국이 없으면 세계 AI는 없는 것이다. 한국은 우주, 자율주행, 로봇 등의 미래 산업에서 벨류체인의 한 영역을 독점하고,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독보적 기술(Chokepoint Tech)을 확보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실리 외교 중심의 전략적 명확성’을 핵심축으로 해야 한다. 이념을 쫓다 보니,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이름만 거창한 외교 전략을 취하게 되는 것 아닌가? 민주주의 이념을 같이하는 미국과 안보를 꾀하고, 공산주의 진영의 중국에는 경제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새우 등 터지는 것 아닌가? ‘안미경중(安美經中)’의 공식을 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주국방 능력을 강화하고, 한국과 유사한 위치에 있는 일본, 유럽, 인도 등의 미들파워 국가들과 다자주의적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국산화·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에 설계를 의존하고, 중국에 생산을 의존하는 체제는 G2 시대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주력산업의 벨류체인을 자국 내 완성하려고 시도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도 공급망 국산화와 다변화에 성공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수출이나 공급망을 단절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국내 벨류체인을 완성도 있게 구축하고, 미·중 외에도 다양한 미들파워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정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가 악순환을 불러오듯, 국산화·다변화는 흔들림 없는 국가로 격상시켜 줄 것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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