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결국 빚 돌려막기 아니냐.”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여전히 냉랭하다. 회사는 지난 3월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지만 주주 반발에 직면했고,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 끝에 1조8000억원으로 규모를 줄였다. 그러나 금감원은 다시 한번 정정을 요구했다. 시장에서는 ‘왜 지금이어야 했는지’, ‘정말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결국 기존 빚을 메우기 위한 증자 아니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논란의 중심에는 한화솔루션의 악화된 재무 상황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약 15조원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200%에 육박했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이다. 여기서 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져도 회사채 차환 부담과 조달 비용은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이처럼 차입 여력마저 제한된 상황이다보니, 회사 측은 “사실상 유상증자 외 선택지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시장이 회사의 절박함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태양광과 석유화학 업황 악화는 업계 전반이 겪은 공통적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빠르게 커진 만큼 보다 선제적인 대응이나 충분한 소통이 필요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물론 한화솔루션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회사 측은 지난 2년간 자산 매각과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2조원이 넘는 자구책을 시행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여수·울산 부지와 관계사 지분을 정리했고, 투자 규모도 줄였다. 그럼에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기업이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읍소해도 투자자들은 “왜 미리 관리하지 못했느냐”고 되묻는 법이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의 일부가 재무 안정성 확보와 차입 부담 완화에 활용된다는 점이 ‘급한 불끄기’라는 인상을 남겼다. 회사는 탠덤셀과 차세대 태양광 기술 투자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지분 희석 부담과 재무 리스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금 시점에서 ‘성장 투자’라는 회사의 메시지가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은 이유다.
그렇다고 이번 유상증자를 그저 ‘나쁜 증자’로만 몰아가는 것도 무리가 있다. 실제 국내 기업들도 위기 국면에서 재무 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선택한 사례가 적지 않다. 중요한 건 증자 자체보다 그 이후다. 이번 자금 조달이 일시적 봉합에 그치는지, 아니면 실질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시장에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불가피했다”는 해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추가 차입과 증자 없이 재무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다는 구체적 로드맵, 태양광 사업의 실질적 수익성 회복 계획,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실행 방안까지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증자가 미래 투자와 연결됐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실제 조달 자금 절반인 9000억원을 미래 기술 투자에 배정했다. 이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탠덤셀과 탑콘 생산능력 확대 등에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분기보고서에는 우주 환경 적용이 가능한 차세대 탠덤셀 개발 내용도 새롭게 담겼다.
아울러 회사는 2030년까지 추가 유상증자를 하지 않고, 매출 33조원·영업이익 2조9000억원 달성, 당기순이익의 1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시장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판단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유상증자 일정이 신속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래야 성과를 통해 시장의 질문에 답해낸다면 이번 증자는 빚 돌려막기가 아니라,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선택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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