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정부 재정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추경) 예산안까지 편성해 경제 ‘추락’을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앞으로 재정의 역할이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저성장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세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정부 지출을 무작정 확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복지와 국채이자 등 의무지출이 매년 5.5% 늘어나는 반면 재량지출은 1.7% 늘어나는 데 그쳐 운신의 폭도 크지 않다.
정부도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연평균 6.0% 줄이는 것을 비롯해 경기부양성 예산을 감축해나가기로 했다. 따라서 경제체질 변화를 위한 개혁과 민간의 혁신역량이 지속성장 여부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예산 2020년까지 연평균 3.5% 증액=정부는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2016~2020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예산규모를 연평균 3.5% 늘리기로 했다. 내년 예산이 400조7000억원으로 올해(본예산 기준)보다 3.7% 늘어나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3.4% 늘려 2020년에는 443조원에 이르게 된다. 2018년 예산규모는 414조3000억원, 2019년에는 428조4000억원이다.
분야별로 보면 SOC 예산이 2020년까지 연평균 6.0% 줄어들고,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1.7%), 농림ㆍ수산ㆍ식품(-0.2%)을 포함한 경제활성화 관련 예산이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다만 신산업 등의 연구개발(R&D) 예산은 연평균 1.5% 늘어난다.
특히 예산 비중이 높고 경기부양 효과가 큰 SOC 예산은 올해 23조7000억원에서 점진적으로 감소해 2019년엔 20조원 아래로 내려간다. SOC 예산은 내년에 21조8000억원, 2018년 20조3000억원, 2019년 19조3000억원, 2020년 18조5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이에 비해 전체 예산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보건ㆍ복지ㆍ고용 예산이 연평균 4.6% 늘어나는 것을 비롯해, 교육(4.5%), 문화ㆍ체육ㆍ관광(6.8%), 국방(3.6%), 일반ㆍ지방행정(5.4%) 등 비경제분야 예산 증가율은 전체 예산 증가율을 웃돌도록 편성됐다.
▶의무지출 증가, 재정 운영여지 축소=의무지출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것도 경제활성화 예산을 늘리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
정부는 의무지출이 2016~2020년 사이에 연평균 5.5%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초연금과 4대 공적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분야 법정지출액은 올해 83조3000억원에서 2020년 102조6000억원으로 매년 5.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이전 재원은 같은 기간 77조4000억원에서 97조9000억원으로 매년 6.1%, 국채 등 이자 비용은 16조7000억원에서 20조원으로 매년 4.7% 늘어난다.
이러한 중장기 재정계획도 매년 20조원 이상의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마련한 것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39조1000억원 적자에 이어 내년엔 -28조1000억원, 2018년 -25조원, 2019년 -23조2000억원, 2020년 -20조4000억원 등 5년 동안 135조8000억원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는 올해 637조8000억원에서 2020년엔 793조5000억원으로 155조7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총체적 혁신역량이 지속성장 좌우=증세 등 획기적 재정확충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재정의 경제활성화 역할은 급격히 퇴조할 전망이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경제자유화가 확대되면서 민간의 비중이 커진 것도 재정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제활력ㆍ고용창출ㆍ복지증대 등을 달성하기 위해선 재정의 양적 확대보다 경제체질 개선을 통한 질적 변화가 더 중요한 셈이다. 기술혁신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더욱 긴요해졌다는 얘기다. 산업구조와 노동시장ㆍ공공부문 등의 개혁과 기술혁신, 민간부문의 혁신역량을 얼마나 확충하느냐에 따라 지속성장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