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국을 처음 방문한 해외 정상은 베트남의 또 럼 서기장이었다. 이어 지난달 베트남의 신지도부 선출 이후 첫 국빈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했다. 이는 양국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의 표현처럼 한국과 베트남은 ‘특별한’ 관계다. 1992년 수교 이후 불과 한 세대 만에 단순한 협력관계에서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핵심적인 파트너가 된 것이다.

양국 관계의 깊이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교역액은 946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 상대국으로 자리 잡았고, 한국 역시 베트남의 3대 교역국이다.

또한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기도 하다. 1만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약 20만명의 재외국민이 베트남에 거주 중이다.

10만쌍 이상의 한-베 다문화가정을 이룬 ‘사돈의 나라’가 됐다. 작년 한 해 상호 방문객은 487만명에 달한다. 베트남 전체 해외 유학생의 절반에 가까운 11만6000명이 한국을 선택했다.

이처럼 양국은 경제를 넘어 정치, 문화, 인적 교류, 정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현재 베트남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45년 고소득 국가 진입을 목표로 반도체, AI 등 첨단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베트남의 성공방정식이었던 외국 정부의 지원과 해외 기업의 투자만으로는 새로운 비전을 달성하기 어렵다. 첨단 산업의 투자 유치가 자국 산업의 질적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첨단 산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많은 전후방 산업과 기술의 축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되는 주조, 금형, 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즉 ‘뿌리기술’의 토대가 필수적이다.

베트남의 가장 큰 과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첨단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 체력인 뿌리산업의 기반이 아직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양국 관계 미래에 대한 새로운 지향점을 발견할 수 있다.

베트남 진출 기업들은 부품과 소재의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고자 하지만 역량 있는 현지 기업을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한국은 뿌리산업의 신규 인력 유입 부족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양국의 필요가 절묘하게 맞물려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양국이 합의한 ‘자동차 기술인력 양성 협력’은 의미가 크다. 베트남 내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자동차 분야 기술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협력은 단순 인력 송출을 넘어 양국의 산업 협력 전략으로 발전될 수 있다. 베트남의 청년들이 한국의 기초산업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고 향후 베트남 뿌리산업을 이끌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의 인력난 해소와 베트남 뿌리산업 육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의 인력 수요와 베트남의 기술 수요가 정교하게 맞물린다면 양국은 미래 글로벌 시장을 함께 주도하는 진정한 동반 성장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강헌우 한국무역협회 하노이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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