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바라고 대권을 노리는 자, 적상산(赤裳山)에 올랐다. 필부필부는 집안의 안녕을 도모하며,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고 힐링하기 위해 무주를 찾았다.

천하를 도모하던 후고구려의 왕건은 10세기초 전주 완산천 샘터에서 자신에게 ‘버들 잎 띄운 물’을 건넨 17세 연하 버들낭자와 사랑에 빠지고, 훗날 고려 2대왕 혜종을 낳게 되는 버들낭자(장황황후)는 왕건이 통일 대업을 완성하는 호남세력의 중심이 된다. 버들낭자는 왕건의 부인 26명 중 유일하게 정략이 아닌 ‘연애’결혼한 정부인이었다고 역사가들은 전한다.

후삼국 통일이 무르익을 무렵, 왕건은 임실 성수산(聖壽山)의 상이암(암봉)을 찾는다. 무주 진안 전주에서 이어지는 능선이 용의 형상이면서도 산(山) ‘태극’을 이루고 있고, 이 상이암은 또아리를 틀고 있는 용이 입에 문 여의주였다. 충청,경상,전라도에서 발원하는 아홉골짜기가 상이암을 향해 모여드는 형국이라 구룡지지라 불렀다.

무주에서 진안, 장수, 임실로 이어지는 이 일대는 동일한 적토(赤土)지층대이다. 대권을 노리는 자들은 어김없이 이 일대를 돌며 경건한 기도를 올렸다.

이성계는 고려말 황산(전북과 인접한 충남 남부)에서 왜구를 격퇴한뒤 일약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다. 그는 승전후 한양으로 향하지 않고 문중이 있는 전주에서 자축연을 한 뒤 왕건이 기도했던 임실의 상이암을 거쳐 적상산에 올라 호국와 안국을 기원한다. 이성계는 진안 마이산의 한 암자에서도 대권을 기원하는 백일기도를 올렸고, 물이 은처럼 맑다고 하여 은수사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왕건과 이성계가 대권을 거머쥔 곳이라 그런지 무주,진안,임실의 ‘태극 지대’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잠룡들이 지금도 찾는다. 평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초목과 개천만이 있는 무주는 청정과 순수의 고장이다. 아울러 개척하기 어려운 이곳을 얻는 자는 늘 천하를 얻었다.

적상산에서 남서쪽으로 우뚝 솟은 덕유산의 5월은 철쭉과 운무가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자아낸다. 적상산에는 붉은혈맥을 줄기속에 품은 피나물의 노란색 꽃 군락지가 장관을 이루고, 임실 성수산에 이르는 능선에는 우울증과 불면증을 치유하는 편백나무가 곳곳에 자생한다. 세월호 트라우마를 씻을 수 있는 최적지이다.

영산(靈山)들 사이를 흐르는 구천동 계곡의 냉천에 발을 1분이상 계속 담가놓고 탁족한다면 한국신기록 감이다.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1614m)에서 발원해 무주로 흘러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에 합류하는 백리계곡(36㎞)에 33가지 절경이 상처입은 마음을 정갈하게 해준다.

분열의 상처에서 화합의 상징으로 바뀐 나제통문에 이어 용이 누워 몸을 적신 와룡담, 청빈한 선비들이 몸과 마음을 닦은 수심대와 세심대, 백련사를 거쳐 덕유산정에 오르는 코스이다.

임진왜란때 출전한 아들의 무운을 빌기 위해 늙은 어머니들이 치마로 돌을 날라 쌓은 노고성지(老姑城址), 일제시대 의병항쟁 유적지인 칠연의총, 총명하고 힘센 아기장수의 설화가 깃든 명천마을의 장군바위 등 스토리가 있는 호국,안국의 테마여행은 아버지와 딸이 함께 배우는 산교육장이다.

큰손식당(063-322-3605)의 ‘빙어 도리뱅뱅’과 ‘어죽’,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깨끗한 음식점’인 천지가든(063-322-3456)의 버섯전골과 산채비빔밥은 무주에서만 즐길수 있는 별미이다. 어죽은 청정수역에서 잡은 민물 가자미를 푹 삶아 뼈를 발라낸 뒤 찹쌀과 고추장, 수제비, 파, 마늘, 깨 등 무주 로컬푸드를 넣어 만든 고단백 보양식이다.

절경의 영산과 옥수에 감도는 에너지, 이 지역 선조들의 안국(安國)의지, 청정 식재료로 만든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무주가 주는 혜택은 5월의 신록만큼이나 풍요롭고 강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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