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은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고 국민건강과 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의료계는 오래 전부터 사무장병원이 의료현장을 왜곡하고, 성실하게 진료하는 다수의 의료인들을 곤경에 빠뜨린다고 지적해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이같이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 공단의 ‘특별사법경찰권’ 도입 논의를 두고 의료계에선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수사권 오·남용 가능성, 인권침해 소지, 보험자 권한 집중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의료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능한 의미있는 지적이다.
공단의 특사경제도는 통상의 의료행위나 정상적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은 모두 알고 있다. 오직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등 불법개설 의료기관이다. 의료계 스스로도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공감해온 영역이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의 전문성과 책임을 전제로 하는 의료제도를 악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범죄에 해당한다.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결국 의료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되돌아온다. 선량한 의료인이 피해자가 되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순 없다.
공단 역시 수사권이 갖는 엄청난 무게를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그렇기에 특사경제도는 법률로 명확히 한정된 대상인 최소 인원에 의한 운영, 사법적 통제, 엄격한 내부규정과 인권 보호장치 아래에서만 작동해야 한다. 또한 그 범위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해둔다.
특사경제도가 의료현장의 신뢰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공단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제도설계와 운영과정에서 의료계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수사대상의 명확한 한정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기준 마련 ▷제도운영에 대한 투명한 공개 ▷사후평가 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사무장병원 근절은 공단이나 의료계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상호불신이 아니라 상호견제가 작동하는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논쟁은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는 문제라기보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각차에 가깝다. 의료계가 제기하는 우려들은 제도를 더욱 안전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바람에 다름 아니다.
특사경 도입과 함께 공단은 의료계와 소통 속에서 사무장병원 사전차단, 의료질서 보호, 선량한 의료인 보호, 국민건강권 확보, 보험재정 안정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함께 달성해 나갔으면 한다.
의료인의 한사람으로서 사무장병원이란 문제에 대해선 의료계와 공단이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빠른 시일 내 관련 법안이 산정돼 처리되기를 기대한다.
<윤영덕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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