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우리네 정서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아픈 역사와 함께 굽이굽이 흘러온 그 아리랑이 곧 세계인의 가슴속으로 파고 들 각을 잡고 있다. ‘군인에서 다시 민간인’으로 돌아온 방탄소년단 ‘군필’ 일곱 청년이 ‘아리랑’ 노래를 부르며 전세계를 도는 ‘아리랑 투어’에 나서는 덕분이다.
아리랑은 한이고 흥이고 신이다. 스무자 남짓한 두 줄 노랫말로 한은 한으로 녹이고 흥은 흥으로 돋우고 신명나는 기운을 퍼뜨리는, 그야말로 만병통치의 가락이다. ‘나를 버리고 가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처럼 간단하지 않다.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무한히 바뀐다. 그래서 그리움이고 희망이고 치유이고 비판이고 저항이고 풍자고 넉살이고 질펀한 성담론이고 인생시다.
‘정든 님이 오셨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벙긋’ / ‘앞남산의 실안개는 산허리를 감고요 정든 님 두 팔은 내 허리를 감는다’ / ‘청천 하늘에 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한도 많다’ / ‘울돌묵 거센 물결 명량대첩 이순신장군님 길이 길이 빛네세’ / ‘지금은 압록강 건너는 유랑객이요 삼천리 강산도 잃었구나’ / ‘아버님 남기신 선조의 얼 가꾸고 지키리라 우리는 한겨레 고려사람’ / ‘남양군도 검둥이는 얼굴 손만 검지만 우리네 탄쟁이는 얼굴 손 가슴까지 검다네’ / ‘흙물의 연꽃은 곱기만 하다 세상이 흐려도 나 살 탓이지’ / ‘문전의 옥답은 다 어디 가고 동냥의 쪽박이 웬일인가’
구절구절 다 그럴싸하고 절로 맞장구를 치게 한다. 세상 어디를 봐도 이처럼 창의적인 노래가 없다. 세계의 작곡가들이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뽑을 만한 대한민국 국가무형유산이고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해외언론들은 BTS콘서트를 보도하면서 ‘아리랑이 뭔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리랑은 한국인에게 단순한 민요가 아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슬픔이 되고 이별이 되고 그리움이 되고 평화와 희망이 되기도 했다. 수백년 동안 불려왔고 누구나 가사를 더하고 바꿀 수 있는 열린 노래로 창의성, 공감, 희망, 자유 등이 방탄소년단의 예술적 철학과 잘 맞는다.’
아리랑이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 지 모르기 때문에 더 길고 잘된 듯 하다. 아리랑의 어원은 다양하다. 아리따운의 아리를 빌려서 ‘고운 님’이라고도 하고 가슴아리다의 아리를 차용해 ‘사무치게 그리운 님’이라고도 하고 한자어를 풀어 ‘참 나를 찾는 기쁨의 노래’라고도 했다. 그러나 굳이 한정지을 필요가 없을 듯하다. 세계 언론도 그렇다고 했지만 그냥 ‘한민족의 정서’다.
그들은 유네스코를 인용, ‘6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아리랑은 60여가지 버전에 3600여수가 불려왔다’고 했지만 사실 그 이상이다. 수십년전부터 아리랑을 국가유산과 세계유산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던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는 확인한 것만 70여종에 7400여수가 넘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전세계 34개 도시를 종횡무진하는 81여회의 아리랑 월드투어가 끝나는 1년 후다. 어쩌면 그때쯤 우리의 아리랑이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경기아리랑을 넘어 파리아리랑, 런던아리랑, 멕시코아리랑, 브라질아리랑, 아프리카아리랑이 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영만 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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