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압박 속 규제·수사 겹쳐 정책 불확실성 증폭

가계 부담 완화 드라이브가 ‘금융시장 리스크’로

금리·주택·연준까지…트럼프發 변수 한꺼번에 분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목표로 신용카드 금리 제한과 기관투자가의 주택 매입 규제 등 잇단 시장 개입 카드를 꺼내 들면서, 친(親)기업·규제 완화 기조에 기대를 걸었던 월가가 갑작스러운 정책 리스크에 직면했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겨냥한 미 연방검찰의 형사 수사까지 겹치며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이 지난해 9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했음에도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약 4.2% 수준에서 횡보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직접적인 수단을 통해 금리를 끌어내리겠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용카드 금리 상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신용카드 이자율이 20~30%에 달해 미국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이를 1년간 최대 10%로 제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신용카드 금리 상한을 오는 20일까지 도입하고 싶다고 밝혔으며, 이 발언 직인 12일(현지시간) JP모건체이스 주가는 1.43%, 씨티그룹은 2.98% 하락하는 등 은행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은행정책연구소(BPI)와 미국은행협회(ABA) 등 금융업계 단체들은 금리 상한이 일부 소비자에 대한 신용 공급을 위축시키고, 규제가 느슨한 대안 금융으로 수요를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금리 상한을 강제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대형은행인 키프 브루엣 앤드 우즈(KBW)는 의회 입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정부 계약 기업에 대한 압박이나 인수·합병(M&A) 심사 강화 등 금리인하를 압박할 우회적 수단이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 압박은 주택 시장으로도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대형 기관투자가의 단독주택 추가 매입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여파로 블랙스톤과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 사모펀드 관련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기관 임대사업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레티움의 스티븐 셔 공동사장과 암허스트 그룹의 숀 돕슨 최고경영자(CEO) 등 일부 경영진은 인터뷰를 통해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신규 주택 개발 자금 조달을 통해 주거비 부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업계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다른 기업들은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거나, 조지아·플로리다·텍사스 등 주(州) 정부로 규제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해 7월 연준 이상회 건물을 함께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해 7월 연준 이상회 건물을 함께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주택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가운데, 연준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연준 본부 리노베이션과 관련한 의회 증언을 문제 삼아 법무부로부터 소환장을 받았으며, 자신에 대한 기소 위협이 있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를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규정하며, 오는 5월 임기 종료까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미 변동성이 커진 금융시장에서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책 발표 방식도 시장 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구체적인 정책 설계 없이 SNS를 통해 방침을 먼저 던지고, 촉박한 시한을 제시하는 식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에버코어 ISI는 “고용지표가 노동시장이 ‘둔화되되 붕괴되지는 않는다’는 신호를 줄 경우, 연준은 1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12월 고용보고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정책의 합법성을 둘러싼 미 연방대법원 판단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리 인하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금융·부동산·통화정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월가는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마주하고 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