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 자산의 비금융 자산 비중이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금융자산의 대부분은 주택,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의뢰로 8일 공개한 ‘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 비교 및 정책 과제’ 연구용역 보고서는 한국 가계의 부동산 비중이 주요 선진국들의 ‘정상 범위’를 벗어난 기형적·비정상적 양태일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비금융자산 비중은 64.5%로 미국(32%), 일본(2023년 기준, 36.4%), 영국(51.6%)의 1.25~2배였다.

보고서가 인용한 통계보다 더 최근의 수치인 ‘2025 가계금융복지 조사’는 더 심각하다. 올해 3월말 기준 가구 평균 자산은 5억6678만원으로 이중 금융자산이 24.2%(1억3690만원)였다. 부동산 자산은 4억298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71.1%였다. 1년 전 70.5%보다 0.6%포인트가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는 현금성 자산 편중 현상도 심하다. 금융자산 중 현금·예금은 2020년 43.4%에서 지난해 46.3%로 높아졌지만 증권, 채권, 파생금융상품 등 투자 관련 자산 비중은 25.1%에서 24%로 줄었다. 미국은 금융자산 내 금융투자상품 비중도 2020년 51.4%에서 지난해 56.1%로 증가했다.

한국과 미국 가계의 자산 구조가 정반대인 셈이다. 국내 가계는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이고, 금융 자산 중에선 현금·예금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미국은 금융 자산 비중이 실물을 압도하고, 그 중에서도 금융투자 상품 선호도가 높다. 보고서는 비금융자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금융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배당·양도소득세의 세율 단순화 등 금융소득 과세체계 개편, 소득공제 장기펀드 재도입 등 장기투자 유도, 정규 교육 과정에서의 금융교육 확대 등을 제안했다.

가계 소득·자산의 금융 투자로의 유인을 강화하자는 것인데, 제도적인 활성화 방안도 병행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다. 주식보다 집을 사두는 게 유리하고 부동산 시장 변동성이 강해 가격 예측이 어려우면, 금융투자가 활성화될 수 없고 소비지출도 위축된다.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10·15 대책은 수도권 집값 급등에 대한 ‘브레이크’(제동) 정도였다며 공급 대책 등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책 준비는 다 돼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 없이는 ‘코스피 5000’도 불가능하다. 이재명 정부가 사실상 지금부터는 기업 성장과 가계 자산증식의 선순환을 위한 ‘골든 타임’에 들어섰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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