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성형의 요람’ 대한민국의 TV는 흥미롭다. “예뻐지면 달라질 수 있다”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지며 각광받는 때에 성형미인 열풍에 뼈 아픈 화두를 던진 메이크언더 프로그램도 합류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백 투 마이 페이스’다.
지난 2003년, 케이블TV 채널동아(현 비욘드동아)의 ‘도전 신데렐라’를 통해 시작된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은 이후 케이블 채널들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비슷한 프로그램을 양산했다. 시즌4를 준비 중인 대표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 스토리온 ‘렛미인’을 비롯해 지난해만 해도 GTV ‘룩앳미‘, 트렌디 채널의 ’미녀의 탄생:리셋‘이 대표적이다.
초창기 메이크오버(makeover) 프로그램은 성형에 방점을 두진 않았다. 단어 의미 그대로 자신을 꾸미는 것에 문외한이었던 여성들을 대상으로 ’변신‘시켜준 프로그램이었지만,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의 ’렛미인‘의 출범을 계기로 ’성형 프로그램‘으로 변모했다.
이 방송들은 해묵은 논란을 안고 다녔다. 본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벗어난 미용성형, 잦은 양악수술을 감행해 ‘외모 지상주의’를 불러온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고, “홍보 목적이 강한 성형외과의 홍보 도우미”로 전락한다는 비판도 쇄도했다. 대한민국의 성형 열풍에 TV가 일조했다는 지적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SBS ’백 투 마이 페이스‘는 이미 성형공화국이 돼버린 대한민국에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성형들 하십니까‘.
이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의 메이크언더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의미로 따지자면 ’과한 부분을 낮춰준다‘, 프로그램 취지에 빗대보면 ’성형복원 리얼리티쇼‘였다.
프로그램에선 소위 ’강남미인‘ ’인조인간‘ ’성형괴물‘이라는 비아냥을 안고 다니는 4명의 20대 여성과 1명의 30대 남성이 출연해 지난 1월 합숙을 가졌다. 자신의 얼굴과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존감을 되찾고, 원하는 출연자에 한해 성형 이전의 얼굴로 되돌리는 복원수술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백 투 마이 페이스‘를 찾은 여성 출연자들의 경우 한 눈에 보기에도 비슷한 외모를 하고 있어 각자의 개성은 사라진 모습이었다. 일부 출연자는 과도하게 외모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고, 현재의 얼굴에도 불만족스러워하는 모습까지 비쳤다.
여성 출연자 안세영(24) 씨는 성형수술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어린시절부터 너무나 예쁜 언니와 비교를 많이 당했다”며 “내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숨기고 싶어 겉모습만 화려하게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수술을 하니 더 창피해지고 더 숨게 됐다. 다른 사람들의 눈엔 텅텅 비어있는 내 모습이 다 보여 욕을 먹은 것 같다”며 “수술을 하고 나면 좀 못해도 이해해주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성형수술이 얼굴을 바꿔주지만 내 삶과 인생은 바꿔주지 않았다”는 아픈 고백을 털어놨다.
’백 투 마이 페이스‘는 출연자들에게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받고, 자신감을 북돋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면서 최후의 선택을 하라고 했다. 과거의 얼굴로 돌아가겠냐, 현재에 머무르겠냐는 갈림길에 세운 것이었다.
용기있는 선택을 한 사람은 연기자 지망생인 26세 김이정 씨와 트로트 가수로 활동 중인 31세의 남성 출연자 신성훈 씨였다.
두 사람은 성형 복원 수술을 받고 2주 후 상당히 달라진 모습으로 시청자 앞에 섰다. 부모에게 두 번 버림 받고 전혀 다른 얼굴로 살고 싶어 수차례 성혈수술을 하고 필링시술만 15차례나 받았던 신성훈 씨는 자신의 달라진 모습에 상당히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무엇보다 이전과는 달리 한층 밝아진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김이정 씨 역시 표정연기가 부자연스러웠던 이전과는 달리 복원수술 이후 얼굴의 표정이 한결 자연스러워진 모습이었다. 프로그램은 여기에서 끝을 맺었다.
기존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은 ’힐링성형‘을 강조했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는 참가자들이 나와 외모로 인해 꿈을 접어야 했고, 따돌림을 당했고, 번번히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할 때 “성형을 통해 달라진 삶을 살 수 있다”, “단지 얼굴이 아닌 인생을 성형한다”는 데에 중점을 둔 치유 프로그램임을 앞세웠다. 실제로 놀라운 변화도 많았다. 외모뿐 아니라 의학적인 성형이 필요한 참가자들에게 기적에 가까운 ’의술‘을 선보이며 칭찬받기도 했다. ’렛미인‘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대개의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의 경우 필요 이상의 성형수술은 물론 외모 지상주의만 조장한다는 비판을 안고 다닐 요건들이 빼곡히 채워진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복원성형 역시 미용성형의 하나이지만, ’백 투 마이 페이스‘의 지향점은 ’힐링성형‘보다는 내면의 치유에 있었고, 겉모습에 치중하는 외모 지상주의가 돼버린 우리 사회에 뼈 아픈 경종을 울렸다. 이날 참가자들의 고백을 토대로 한다면,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수차례 수술대 위에 올랐던 사람들의 경우 남들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에, 외모가 달라지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었던 사회 풍토가 고스란히 반영돼있었다. 어느 곳에서나 열등의식이 깊숙히 자리 잡고, 외모를 비롯한 눈에 보이는 몇 개의 조건에만 집착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 여기에서도 나타난 모습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수준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청자들에게 우리의 현재를 들여다보게 하자,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긍정적인 반응의 글도 올라왔다. 한 시청자는 게시판을 통해 “방송을 통해 심리치료를 받은 기분이 든다”며 “성형을 한 사람이나 고민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중요한 점인지를 깨닫고,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 같다”는 호평의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시청자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아름다움의 틀을 만든 성형외과 성형 프로그램들이 제발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적었다. 이날 방송은 5.6%(닐스코리아 집계)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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