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 20일 오후 6시경,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월드컵 경기장까지 내비게이터 기준 4분 밖에 되지 않는 길은 무려 25분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동문 앞 입구는 그리 분주하지 않았으나 북문으로 향하는 길은 국적을 초월한 빅뱅 팬들의 인파로 장관을 이뤘다.
오후 6시 40분, 물품보관소에서 20대 중반의 여성들이 캐리어를 맡긴 채 분주한 모습으로 게이트를 향했다. 중국에서 왔다는 26세의 이 여성은 “목요일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다”라며 “여행사를 통해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엔 친구들과 따로 왔다. 빅뱅 전시회도 보고, 명동에서 쇼핑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빅뱅의 데뷔 10주년 콘서트 제로 투 텐(O.TO.10) 현장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국내 단독콘서트 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전례없는 현장이다. 중국에서의 티켓 오픈으로 9분 만에 매진을 기록한 이날 현장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 각지에서 날아온 팬들로 북적였다. 현장에선 특히나 많은 중국 관람객을 위해 중국어가 가능한 인력들을 곳곳에 배치해 원활한 소통을 도왔다.
월드컵경기장의 동문부터 콘서트 게이트인 북문으로 향하는 길목엔 빅뱅의 모자와 야광봉, 타월 등 각종 제품들을 파는 노점상이 늘어섰고, 어김없이 암표상도 눈에 띄었다. 북문 앞에는 공식 MD샵은 물론 YG푸드 등을 통해 먹거리까지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각종 상점들이 즐비했다. 이날 빅뱅은 10주년 콘서트 티켓 판매로만 약 71억원, 각종 MD 판매 등을 더해 총 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후 7시 20분, 공연의 막이 오르자 노란 불빛을 발하는 빅뱅의 야광봉이 상암벌을 가득 메웠다. 이날 멤버들은 팬들을 향해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태양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오실 줄은 생각도 못 했다”라며 관객의 열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틀을 할 걸 그랬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리더 지드래곤은 “해마다 8월은 제 생일로만 기억되는 날이었는데 YG에 들어와 열여덟 살 이후, 2006년부턴 저의 생일보다 여러분과 멤버들의 생각이 가장 많이 나는 달이다”라며 “VIP 여러분이 저희를 키워주셨다고 생각한다”며 팬들에게 고마움 마음을 전했다.
거대한 팬미팅 현장을 방불케했던 이날 공연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빅뱅의 10년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세 시간에 달하는 시간이었지만 승리의 이야기처럼 “100여곡을 다 소화하기엔” 짧은 시간이었다. 다섯 멤버는 지난 10년간 그들을 있게한 히트곡을 선보이며 팬들과 호흡했다.
풀밴드에 맞춰 ‘천국’으로 포문을 연 빅뱅은 ‘배드 보이’, ‘루저’는 물론 ‘하루하루’,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 ‘마지막 인사’, ‘붉은 노을’, ‘거짓말’ 등 히트곡을 선보였다. 멤버 개개인의 솔로와 듀엣 무대까지 더해 총 22곡으로 꽉 채운 공연이었다.
세 시간 내내 관객들은 자리에 앉을 줄은 몰랐다. 10대부터 중장년층의 가족 단위 관객까지 함께 하며 세대를 불문했다. 앞서 맏형 탑이 빅뱅의 노래에 대해 “저희는 20대이지만 20대만 좋아하는 노래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도 폭 넓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입증된 자리였다.
빅뱅의 공연 중 이례적으로 게스트도 등장했다. ‘강남스타일’로 국제가수가 된 싸이는 이날 공연에 대해 “역사에 남을 날”이라며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렇게 많은 많은 유료 관객이 모인 공연이 있나 싶다. 전세계 역사상 보이밴드 각각의 멤버가 이렇게 확실한 자기 색깔과 정체성, 자존감을 가지고 성장한 밴드가 있나 싶다”고 극찬했다.
세 시간을 꽉 채운 공연이었지만 팬들에겐 시간을 보내기가 아쉬운 날이었다. 공연 이후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21세 최은나씨는 “시간이 가는게 너무나 아쉬운 공연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좋아해서 이제 대학생이 됐다. 나의 10대를 함께 한 빅뱅을 20대가 끝날 때까지도 계속 보고 싶다”고 말했다.
팬들과 함께 성장해 한류를 움직이는 대형스타가 된 빅뱅은 이제 앞으로의 10년을 고민한다. 멤버 태양은 이날 “10주년도 너무나 행복하지만 저희는 멤버들과 앞으로의 10년을 이야기하고 있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때까지도 계속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