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1일부터 관세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제약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협상을 통해 관세율 상한 15%를 확보했지만, 한국은 높은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 여기에 수입 전자기기에 포함된 반도체 가치에 비례한 관세 부과까지 검토 중이어서 수출 기업들의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이번 의약품 관세 조치의 직접 타깃은 완제 의약품과 특허 약이다. 국내 기업은 주로 원료 의약품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어 즉각적 피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원료 의약품도 현지 완제 생산 및 유통망과 연결돼 있어 관세 현실화 시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SK바이오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해 어느 정도 대응력을 갖춘 상태다. 그렇더라도 이제 막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관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수입 제품에 포함된 반도체 칩 가치의 일정 비율에 따라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계산 방식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노트북 한 대에 들어간 반도체 가치가 150달러라면, 25% 관세 적용 시 37.50달러가 추가된다. 현실화하면 전동 칫솔에서 노트북까지 다양한 전자기기에 관세가 부과돼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의 주력 대미 수출 품목 전반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선불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3500억달러는 외환보유고의 85%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으로, 현금으로 제공할 경우 외환시장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3500억달러는 선불’이라고 발언한 직후 원·달러 환율이 1410원까지 치솟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협상 대치가 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대미 수출은 크게 위축돼 반도체를 제외한 전 품목이 타격을 입고 있다. 관세 영향이 길어질수록 피해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미국 외 지역에서의 수출 증가로 손실을 상쇄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 수출 전선을 넓히는 노력은 계속돼야 하지만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상협상에서의 냉정함이다. 현실적 어려움을 미국 측에 설득하고, 투자 플랜을 정교하게 설계해 주고받을 수 있는 것들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국익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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