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동시에 먹통이 됐다. 사고 발생 나흘째인 29일까지 우체국 금융과 우편 서비스 등 일부가 복구됐지만, 국가전산망 대부분은 여전히 마비된 상태다. 재난·사고시 ‘백업(예비·대체) 시스템’이 가동되는 ‘이중화’가 안 된 탓에 피해가 커졌다. 정보를 담은 서버와 불붙기 쉬운 전원공급장치가 한 공간이 모여 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화재는 서버와 배터리 분리 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는데, 옮기던 리튬이온배터리엔 제조사 보증 내구연한(10년)을 넘긴 제품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2022년 10월엔 이번 사고와 유사한 구조의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일어났고, 2023년 11월엔 국정자원 네트워크 장비 오류로 인한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가 있었다. 기술적으로도, 국가기관을 운영하는 공직사회 기강으로도 ‘기본’을 무시한 것이 큰 화를 부른 것이다.
국정자원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서버 등 전산 장비와 시스템, 데이터를 보관·운영하는 ‘전자정부의 심장’이다. 총 1600여개 시스템이 대전 본원과, 광주·대구 분원에 분산돼 있는데, 이번에 불이 난 대전에 647개가 몰려 있다. 여기에는 정부24·국민비서·인터넷우체국·온나라시스템 등 주요 행정망이 포함됐다. 화재가 금요일 밤에 나 주말엔 그래도 버텼으나, 월요일부터는 말단 민원 행정부터 금융 서비스까지 ‘대란’이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과거 카톡 먹통, 행정망 마비 사태를 언급하며 ‘이중화’ 시스템과 즉각적 복구책 미비를 질타했다. “이해가 안 된다” “곳곳에 아예 국가 운영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등 강도 높은 발언도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가 국민 안전 방치한 결과”라고 비판했고 당내에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 요구까지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태 수습과 개선책 마련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지만 일각에선 전임 정부 책임론도 제기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복구·대체 시스템은 정보통신기술 사회에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작업현장에서의 안전 조치와 장비 교체 주기 엄수 또한 필수다. 원인을 따져 예방책을 법제화하는 것은 입법부의 할 일이고, 관행과 폐습을 바꾸고 정책과 국민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은 행정부의 임무다. 정치권의 ‘네 탓’ 공방이 한심한 이유다. 이번 사태는 전·현 정부와 여야, 공직사회 모두가 기술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기본과 본분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화’(火)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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