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경기불황 장기화로 가계 소득과 소비가 정체하면서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포함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주머니 사정은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국민들이 소비보다 저축을 택했기 때문이다.
대외 수출이 지난해 이후 19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수출이 성장 저해요인이 된 상황에서 가계의 소비성향이 위축돼 앞으로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수출 회복이 요원한 상태에서 소비마저 위축돼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소득층 소득은 증가했지만 저소득층 소득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해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화됐다. 저소득층이 경기침체의 타격을 더욱 심하게 받은 것으로, 이러한 서민들의 경제고통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대응도 시급하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16년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 기준)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해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0.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2.3%에서 3분기 0.0%로 내려간 뒤 작년 4분기 -0.2%로 뒷걸음질 친데 이어 2분기에도 0%에 머문 것이다.
가계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장분담금 등 필수적인 지출금액을 제외하고 실제로 쓸 수 있는 금액을 나타내는 처분가능소득은 351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 늘었다. 가처분소득은 늘었지만 월평균 소비지출은 249만4000원으로 1년 전과 같았다.
이로 인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1분기 이래 역대 최저치다. 이전 최저치는 2014년 4분기와 지난해 3분기 71.5%였지만 이를 갈아치운 것이다.
국민들은 미래의 불안에 대비했다.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하지 않고 쌓아두는 돈인 흑자액은 102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3.6% 늘었다. 소득이 정체하거나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국민들은 소비보다 저축을 통해 미래에 닥쳐올 불안에 대비하려 한 것이다.
과거에는 국민들의 저축이 늘면 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이를 대출받아 경제에 도움을 줬지만, 이제는 국민들이 소비하지 않으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제불안→고용불안→저축증대→소비위축→경기위축이라는 악순환을 요발하는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본이 20여년 전에 겪었던 ‘저축의 역설’이 우리경제도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고소득층 소득은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 소득은 크게 줄면서 소득불평등은더 악화됐다.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139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6.0% 감소했지만 소득 5분위(상위 20%)는 821만3000원으로 1.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소득을 가장 낮은 1분위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4.51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4.19)보다 상승했다. 실직자 가정이나 영세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일수록 경기침체의 타격을 심하게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수출과 소비, 기업들의 투자나 고용 등 경제상황이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청년층의 취업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많다. 지난 2분기 국민들이 경제난을 헤쳐나가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앞으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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