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과 통상 협상 카드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 현지 진출과 기술 이전, 인력 양성을 담은 수십조원 규모의 이 제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강조하는 미국 제조업 부활 기조에 부합한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이미 수천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자국 시장 개방을 조건으로 관세 15%에 합의했다. 이제 협상 테이블에 남은 건 한국뿐이다.
‘마스가’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미국 현지 진출과 한국 정부의 금융 지원이 골자다. 조선업 재건을 통해 해양 방위력 강화와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미국에겐 매력적인 제안일 수 있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 등 미국이 원하는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와 시장 개방이 표준이 된 지금, 협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일본과 EU는 각각 5500억달러와 60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와 자국 시장 개방을 조건으로 관세 인상을 막아냈다. 한국은 ‘1000억달러+α’ 수준의 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4000억달러 안팎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이 일본보다 경제 규모가 작다고 항변해도, 미국은 무역 흑자 규모만을 문제 삼는 분위기다. 더 높은 수준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핵심 쟁점은 자동차다. 트럼프 정부가 품목별 관세(25%)를 부과한 지난 4월 전까지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가 적용돼왔다. 일본보다 5%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데 일본과 EU가 각각 관세 15%를 받아 한국이 가격 경쟁력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처지가 됐다. 실제 2분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관세 영향으로 1조6000억원 줄었다. 향후 15%로 결정돼도 연간 영업이익 감소폭이 5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소한 12.5% 이하로 막지 못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협상단 동선을 따라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는 31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최종 담판에 나선다. 정부 제안 패키지에는 농산물 시장 개방, 방위비분담 확대, 미국산 무기 구매 등 민감한 분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요구를 감안해, 유연한 ‘플랜B’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만반의 준비로 국익을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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