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과 공명당으로 이뤄진 일본 여당이 20일 치러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수 유지에 실패했다. 21일 오전 개표 집계에 따르면 참의원 전체 248명 중 절반인 124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은 39석, 연립 여당 공명당은 8석을 확보해 합계 47석으로 과반 유지에 필요한 50석을 채우지 못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두 당의 참의원 전체 의석수는 122석이 돼 과반(125석)에 못미친다. 여당의 참패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총선)에 이은 것으로 양원 모두 여소야대 구도가 됐다. 일본 보수 정치권 내에서 비교적 ‘친한파’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당장 퇴진 압박에 맞닥뜨려, 이재명 정부의 대일외교에도 큰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로 일본 여당의 국정 장악력과 운영 동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시바 총리는 대미 관세협상을 비롯한 당면 현안을 언급하며 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퇴진 압박을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NHK에 따르면 자민당 중심 정권이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과반을 지키지 못한 것은 1955년 창당 이후 처음이다. 자민당은 지난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당시 야당인 옛 민주당에 과반 의석을 내주며 정권을 잃었으나 그 이전인 2007년 참의원 선거 참패가 먼저였다. 그 후 자민당과 공명당은 2012년 정권을 탈환했고 작년 총선 이전까지 양원에서 모두 과반을 점유하며 안정적 정치 기반을 구축해왔다.
극우정당의 돌풍과 야당의 난립 또한 일본 정국의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결과를 낸 것이 창당 5년의 참정당이다. ‘일본인 퍼스트’를 표방하며 ‘천황(일왕) 지배 강화’ ‘외국인 배척’ 등을 내세운 참정당은 이번 선거 대상 의석에서 종전 1석을 14석까지 늘렸다. ‘실수령액 증가’ ‘외국인 토지 취득 제한’ 등을 내세운 국민민주당도 이번 선거에서 17석(종전 4석)으로 약진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종전 22석에서 의석수 변화가 없었다. 여당의 과반이 붕괴하는 동시에 야권에선 주도적 세력 없이 여러 당이 분립하는 상황이 심화됐다.
일본 여당의 패인은 고물가를 비롯한 경제난과 대미 관세협상의 난항, 일본 사회의 우경화 등이 꼽힌다. 이시바 총리의 실각 여부와 관계없이 자민당의 정국 주도권은 약화되고, 일본 정부의 강경 보수화로 인해 한일간 관계 개선과 협력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재명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국민 통합을 기반으로 대일외교에서 실익을 극대화하는 현명하고 유연한 전략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s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