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초고가 단지 내 매수세 유입

“실거주·투자 가치 두 마리 토끼 잡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나인원한남’ 모습. [연합]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나인원한남’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고액 자산가들이 초고가 단지에서 전월세로 살다 실거주 목적으로 같은 단지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서비스 등 주거 편리성과 입지적 장점 등을 두루 경험한 데다, 올해 들어 초고가 단지들의 몸값이 뛰자 투자 가치도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11일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영화 ‘신과 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73㎡를 250억원(1층)에 매도했다. 2021년 75억원에 매수해 4년 만에 175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매수자는 1982년생 A씨로 별도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아 250억원 전액을 현금으로 치른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지난달 28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주목할 만한 점은 매수자인 A씨가 기존에도 나인원한남 주민이었다는 사실이다. A씨의 현주소는 같은 동 8층으로, 임차인으로 거주하다 매수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거래는 같은 면적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더 화제가 됐다. 같은 단지서 값이 오르는 걸 보고도 기꺼이 매수할 만큼 ‘실거주 만족도’가 높았다는 걸 입증한 셈이기 때문이다.

매수 결심을 세운 데에는 가파른 집값 상승세도 보탬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나인원한남은 전 평형에서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06㎡가 지난 4월 130억원(8층)에 손바뀜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용면적 244㎡도 올해 3월 158억원(2층)에 새 주인을 찾으며 신고가를 썼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단지 입구 모습. [뉴시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단지 입구 모습. [뉴시스]

지난 2월 새 주인을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234㎡도 같은 단지 안에서 매수세가 유입된 사례다. 해당 아파트를 165억원(35층)에 매입한 사람은 메가커피 창업자인 B씨로, 기존 주소지는 원베일리 내 다른 동으로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원베일리에서 전월세로 살다 매수를 결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올해 2월 80억원(15층)에 거래된 원베일리 전용 133㎡도 매수인 C씨의 거래 당시 주소지가 원베일리 내 다른 동이었다. 같은 사례다. 해당 주소지의 전세권자가 C씨와 같은 성을 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족과 함께 거주하다 다른 동을 사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매수인 C씨는 1991년생으로, 별도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아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고액 자산가들이 ‘그들만의 부촌’으로 밀집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자산가들이 부동산 투자를 할 땐 2가지 기준이 있는데, 실거주의 경우 거주 편리성과 투자 가치”라며 “거주 만족도가 높은 상황에서 최근 초고가 주택의 가격이 계속 오르니 투자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재력가들이 매수를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 원장은 “이미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선 연예인·재벌·정치인들이 연결망을 구축해 초고가 단지에 밀집하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이들은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단지에 공동체를 형성해 인맥을 형성하며, 주거지가 신분을 드러내는 일종의 상징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추세가 심화할수록 초고가 단지의 매물이 희귀해지고, 시장에 나오더라도 호가가 올라가 가격이 오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do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