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센터 설문조사
지브리풍 이미지 활용 60대가 가장 많아
과거 향수 자극…AI 문턱 낮아진 것 ‘한몫’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스튜디오 지브리를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를 지브리 화풍으로 만든 이미지 [챗GPT로 제작함]](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0/news-p.v1.20250520.3f3674b23db14af6b4a60036d8957b2f_P1.png)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한동안 카카오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궜던 ‘지브리 프사(프로필 사진)’ 열풍이 세대 간 새로운 디지털 감수성의 정경을 그려냈던 것으로 분석됐다. 챗GPT가 만들어낸 지브리풍 이미지가 인터넷을 뒤덮는 광경을 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생명 그 자체에 대한 모욕”(2016년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을지도 모르지만, 정작 이 놀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세대는 뜻밖에도 60대였다.
20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대부터 60대까지 생성형 인공지능(AI) 이미지 변환 기능을 사용해 본 5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2.4%)이 변환 이미지를 메신저나 SNS 프로필로 설정하거나 지인에게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단순히 사진을 저장하는 데만 그친 경우는 30.9%, 아예 활용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6.5%에 불과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지브리풍으로 바꾼 이미지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60대 응답자의 32.8%는 변환 이미지를 메신저나 SNS 프사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어 40대(31.2%), 50대(27.8%), 30대(23.9%)가 뒤를 이었다.
반면 20대는 변환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한 비율이 19.6%로 가장 낮았다. 대신 개인적으로 보관했다는 응답이 37.7%로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지브리풍 이미지를 주로 체험의 재미로 즐겼다는 의미다.
![연령별 생성형 AI가 변환한 이미지 사용 방식 차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0/news-p.v1.20250520.69c11d0a71f746138baaf13a35f22873_P1.png)
이런 의외의 반전은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지브리 스타일이 건드린 ‘감성의 기억’이다. 일본 문화 연구자 수전 네이피어는 “지브리 작품은 감성적인 도피처이자 세대의 기억을 담은 장소”라고 설명한다. 이를 보여주듯 60대에게 지브리는 단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작품 속에 담긴 가족의 정서나 잊힌 시간에 대한 기억이다. 그 시절의 추억을 AI 기술로 자기 얼굴에 덧입히는 행위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기술이 만나 빚어낸 새로운 향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AI 기술의 문턱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어플리케이션 설치부터 편집 기능을 익히기, 저장과 공유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저 ‘사진 한 장’을 올리는 것만으로 고품질 이미지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고연령층도 참여할 수 있는 손쉬운 경험은 ‘디지털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서서히 허물고 있다.
마지막으로 60대의 디지털 자기표현 욕구가 커졌다는 점이다. 60대 스마트폰 보유율이 90%를 넘고, 메신저와 SNS 활용률도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때는 조심스럽고 눈치를 보던 세대였지만 이제는 소통을 위한 도구를 넘어 프로필 사진, 이모티콘, 짧은 영상 등으로 ‘지금의 나’를 표현한다. 특히 동년배의 시선을 덜 의식하며 디지털 공간에서 훨씬 자유롭고 유쾌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김해영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생성형 AI는 이미지 변환 영역에서 실질적인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며 “다만 저연령층은 글쓰기 도구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고연령층은 필요에 따라 번역이나 편집 등 도구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