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 해외 유출 지속…환경·처우 불만족

주거·자녀교육 혜택 있는 생태계 조성해야

국내 인재만으론 역부족, 해외 전문가 데려와야

中·日, 주택마련 지원·비자 간소화로 빨아들여

경기도 성남시 판교일대 자료사진. 성남=임세준 기자
경기도 성남시 판교일대 자료사진. 성남=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끌 고급 인재의 국외 유출이 심한 국가로 분류된다.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만명당 AI 기술 보유자의 순유출 규모가 -0.3명으로 조사됐다. 10만명당 3명은 국외로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인도, 헝가리, 터키에 이어 다섯번째로 AI 인재 유출이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0.22명)보다도 심하다.

고급 인재를 위한 연구환경 부족과 낮은 처우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세계 인재순위 2024’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해외 고숙련 인재가 느끼는 기업 환경 만족도’ 순위가 2023년 47위를 기록해 2015년 37위보다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AI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국내로 유입돼 성장할 수 있는 인적 생태계 구축이야말로 국가가 가장 시급히 구축해야 될 인프라로 꼽는다. 국내 인재 육성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해외 인재들의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매력적인 환경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경제5단체는 ‘미래성장을 위한 국민과 기업의 제안’ 보고서에서 고급 인재가 정착할 수 있는 AI 특구 조성을 그 방법으로 제시했다. 주거시설부터 교육·문화 인프라를 갖춘 AI 특구를 앞세워 유망 기업과 인재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인재에 대해 비자 요건을 간소화하고, 거주 및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중국은 더 적극적이다. ‘치밍(啟明)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명문대 출신들에게 주택 구입 보조금과 약 5억~9억원의 보너스를 안기며 고급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지난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AI 현안 공청회에서 “중국 정도의 임금을 주기 어렵다면 경제적인 것 외에 자녀 교육이나 주거, 문화적인 환경 제공 등 우리나라만 줄 수 있는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AI 인재 순유출국이었던 일본은 2020년 순유입국으로 전환한 이후 계속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순유입 규모는 +0.54를 기록해 우리와 대비된다.

일본은 ‘고급 외국인 인재 비자’를 통해 해외 인재에 대해 비자 발급요건을 완화했다. 아울러 우수한 연구 환경과 생활 여건 등을 지원하며 자국에 정착하도록 힘을 쓰고 있다. 일본 정부가 유니콘으로 키워낸 스타트업 사카나AI 역시 구글에서 AI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미국인 라이언 존스가 창업한 회사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톱티어(Top-Tier) 비자’를 도입해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세계 대학 100위 이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글로벌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와 그 가족에게 ‘최우수인재 거주(F-2)’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요건에 해당하는 외국인은 거주 비자를 받고, 3년이 지나면 영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신규 인력뿐만 아니라 기존 인재들의 유출을 막으면서 재교육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승우 KAIST 기계공학과 명예교수는 “기업 재직자에 대한 재교육도 중요하다. 연구 중심의 대학들과는 별개로 국립대나 일반 사립대에 기업 재직자의 재교육 역할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학부 중심의 기존 교육 체계를 점진적으로 재직자 교육 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유연한 재교육 프로그램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