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테크굴기가 예사롭지 않다.

거대한 시장, 단순한 규제체계, 정부의 실패지원. 굴기 배경은 최소로만 꼽아도 이 정도다. 정보, 자원, 시장 등 모든 환경의 통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단연 으뜸이다. 일당 독재 유사 시장경제의 효율성이 집약됐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중국의 핵심 전략은 빨리 실패하기다. 경쟁환경을 조성한 뒤 실패를 거듭하게 한다. 그렇게 해서 생존자를 추려내고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시장을 잠식한다. 그 다음 가격정책으로 경쟁자를 물리친다. 실패가 장려되며, 결과에 대해선 정부가 책임을 진다.

스마트폰·배터리·전기차·로봇·반도체 등이 그렇게 성장했다. 우주항공, 바이오, 양자컴 분야도 이 공식이 어김없이 대입돼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 공식이 향후 플랫폼으로 굳어지면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미국의 대중 전쟁이 이해되는 구석이 있다.

처음부터 완전한 기술로 고객을 만족시킨다기 보단 불완전한 제품이라도 일단 내놓고 본다. 출시 땐 ‘충격과 공포’ 전략을 쓴다. 기선제압용으로 최대한 부풀린다. 이후 빠른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미비점을 보완해간다.

물론 이는 추격자의 특권이긴 하다. 선도자에겐 그런 자유가 부여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린 선도자인가 추격자인가. 진지한 질문이 필요하다.

눈을 돌려 우리 상황을 보면 애처롭다. 축소돼 가는 시장에 규제체계는 복잡하기 그지 없다. 굴기는 커녕, 발목을 묶으려는 세력들만 득시글거린다. 위기의식이라곤 눈꼽 만큼도 없다.

다 민주주의적 다양성이라 하자. 이 다양성을 묶어낼 수만 있다면 국가 주도보단 훨씬 위대한 역량을 발휘할 것이란 믿음을 갖자.

익숙한 인해전술이 눈앞에서 펼쳐지려 한다. 인을 이제 기(技)로 바꿔야 한다. 한국이 최전선에서 표적이 되고 있다. 종속돼 굴욕을 겪지 않으려면 맞서 지켜내야 한다.

우리의 무기는 협력 뿐이다.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주어진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협력의 대상을 국내로 한정할 필요도 없다. 관세전쟁에도 불구하고 우린 동맹형 공급망 안에 있다.

패권이 목표인 기해전술에서 핵심 약점은 협력할 대상이 없다는 점이다. 협력과 동맹. 잘 구축되면 중국의 전술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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