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하 서울 동작구청장 인터뷰

남성역 개발 사업 1년6개월만에 결정고시

빨라야 3~4년 걸리는 일정 최단기간 단축

노량진에선 한강 보며 대형쇼핑몰 장볼 것

주거 보행환경 만족도 높여…행복지수 1위

박일하 서울 동작구청장이 최근 서울 동작구청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구청장이 남성역 활성화 사업 조감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상섭 기자
박일하 서울 동작구청장이 최근 서울 동작구청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구청장이 남성역 활성화 사업 조감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상섭 기자

“재건축·재개발을 어떻게 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겠다.”

최근 찾은 서울 동작구청 내 구청장 집무실. 이곳에서 만난 박일하 서울 동작구청장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구청 직원들과 남성역 역세권 개발 회의를 막 끝내고 나온 참이었다. 박 구청장은 기자에게 남성역 개발 조감도를 보여주며 “최단기간에 개발 지역 결정고시가 됐다. 빨라야 3~4년 걸리는 일정을 1년 반 만에 단축했다”고 말했다. 남성역 일대(동작구 사당동 252-15 일대 2만㎡)는 지난 1월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23년 5월 서울시 역세권활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지 1년 6개월만이다. 남성역 일대는 이르면 2030년, 지상 37층 규모의 주거복합단지가 들어선다.

“동작구의 지도를 바꾸겠다”던 박 구청장의 4년 전 공언이 현실이 되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박 구청장의 취임 후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후 주민 생활 속 불편은 하루에 한 건 이상 해결됐다.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만원주택’ 성공에 이어 어르신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버타운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박 구청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동작구는 1960년대까지 ‘원조 강남’의 위용이 있었지만 영등포·용산·서초·강남구 등 인근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뎌 아직도 노후주택이 많은 1970~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낡은 이미지가 구 발전을 더디게 만드는 부분이라 판단하고 임기 초부터 ‘속도’와 ‘방향’을 중심으로 ‘동작구형 정비사업’을 내세우며 맞춤형 개발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노량진 재정비 촉진 구역(뉴타운) 개발사업의 경우도 민선 8기 들어 비로소 이주와 철거가 진행됐다. 신대방삼거리역 역세권 활성화 사업 역시 정비구역 지정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자체 처음으로 ‘도시개발·관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면서 역세권활성화 5개소, 모아타운 4개소, 신속통합기획 3개소 선정이라는 성과를 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유휴부지(4만8231㎡)를 개발하는 사업도 재추진된다. 동작구는 지난해 12월 유휴부지에 최고 60층 높이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내용이 담긴 ‘노량진역 일대 지역 활성화 용역’을 마무리 했다. 특히 유휴부지에는 스타필드 등 대형쇼핑센터 입점도 추진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동작구에는 대형마트가 없어, 주민들이 영등포나 강남으로 쇼핑을 하러 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스타필드와 이마트가 들어서면 주민 숙원이 해결되는 셈이다. 관내 주민들은 한강을 보며 대형쇼핑몰에서 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혀있던 도시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은 것은 박 구청장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철도대를 졸업하고 철도청, 국토교통부 등을 거쳤다.

개발계획을 세울 때 땅을 어떻게 다진다든지, 어떤 상업시설이 입주하면 좋을지 제안하는 ‘현장형 실무자’이기도 하다. 그는 “30년 넘게 철도와 도로 개발 부서에 근무하면서 했던 고민들이 몸에 내재돼 있다”며 “어떻게 하면 층간소음을 없애고, 어느 위치에 경로당과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어떤 상가를 주요시설로 들여 매출을 올릴까라는 것을 직접 고민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빨리 주민들을 설득해 동의를 끌어내 새로운 도시로 만들어내는 능력, 최고급 아파트를 주민들에게 선사해 주는 설계 기획 능력, 주택 가치를 늘려 재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성과는 재개발·재건축 분야에만 있지 않다. 동작구는 ‘2024년 주민 행복지수 1위’에 올랐다. 2023년 6위에서 다섯 계단 상승했다. 주민 행복지수는 서울시에서 조사하고 발표하는 ‘2024 서울서베이’의 도시정책 주요 지표 중 하나다. 그는 “남녀노소와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동작구만의 특별한 정책이 성과를 이뤄 행복지수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원조 강남으로써 ‘동작구 지도가 바뀐다’는 희망 때문에 1등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행복지수 뿐만 아니라 교통수단(버스) 이용 만족도, 주거지역 보행환경 만족도 등 8개 지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청년주거문제’와 ‘일상 속 불편 해결’ 또한 눈에 띄는 성과다. 특히 지난해부터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만원주택’은 월세 1만원에 입주가 가능한 주택으로, 주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월세 시가와 차액은 동작구 출자기관인 ‘대한민국동작주식회사’에서 부담한다. 박 청장은 “집값이 계속 올라가는데 청년들이 집을 구매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며 “집 마련을 포기 할 수밖에 없는 청년에게 희망을 주고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공공과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어르신 주거 문제에도 공을 들인다. 박 구청장은 “재개발 등 정비사업구역에서 기부채납을 받아, 월 10만~20만원으로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싱가포르형 중산층 시니어타운’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주도한 공공노인주택 ‘캄풍 애드미럴티’에는 노인복지주택 104가구를 비롯해 커뮤니티 공간, 간단한 수술이 가능한 의료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그는 “건설 비용을 동작구가 분담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서 기부채납으로 시설을 만들어주게 하고 재개발 재건축 지역 주민들이 실버타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 재건축 현장 두 군데 정도서 협의가 마무리 단계다.

굵직한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가장 큰 보람은 ‘일상 속 불편 해결’이다. 박 구청장 취임 후 갯마을 지하보도 개통, 통행 불편 전신주 제거, 전국 최초 태양광 자동접이식 생활폐기물 수거함 설치 등 866개의 민원이 해결됐다. 휴일을 제외하면 지난 3년 동안 매일 1건씩의 일상속 불편이 해결된 셈이다. 그는 “동작구 외형 지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봇대 등 생활속 불편을 해결한 데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


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