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여전히 부담…비용 압력 모두 흡수할순 없어”
1분기 깜짝실적에도 가격인상 예고에 주가 0.5%↓
![월마트 매장에서 한 직원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6.PGT20250516092201009_P1.jpg)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Walmart)가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관세 유예를 합의했음에도 비용 인상 압박으로 이번 달과 올여름 초 가격 인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가 정책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온 월마트마저 관세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월마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글로벌 무역 관세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월마트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3분의 1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다. 그중 중국은 가장 큰 수입국가다.
월마트는 지난 4월30일로 끝난 1분기 44억5000만달러(6조220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은 전년 대비 4.8% 늘어 시장 전망치(4.1%)를 웃돌았다. 월마트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저가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미중 관세 전쟁 여파로 고객 수억 명이 가격 인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맥밀런 CEO는 “우리는 가격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이번 주에 발표된 인하 수준에서도 관세의 규모를 고려할 때 모든 압력을 흡수할 수는 없다”며 “높은 관세는 결국 높은 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맥밀런 CEO는 지난달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정책을 유턴하기도 전에 “수주 내로 매장 진열대가 텅텅 빌 것”이라고 경고했던 소매업체 대표들 중 하나다.
이어 그는 수년간 이어진 식료품 물가상승에도 월마트는 식료품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코스타리카산 바나나, 콜롬비아산 커피와 같은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에는 새로운 관세 부담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밀런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고율관세가 이미 전자제품과 장난감을 포함한 여러 품목의 가격을 인상시키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월마트 매장 [EPA]](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5.PEP20250515141501009_P1.jpg)
월마트는 올해 연간 순매출 성장률을 3~4%로 유지하겠다는 기존 재무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으나, 2분기 이익 전망을 아직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이는 불확실한 무역 정책 때문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날 깜짝 실적에도 가격 인상을 예고한 월마트의 주가는 0.5% 하락 마감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이 관세에 어떻게 반응할지, 가격 인상이 어느 수준에서 수요를 위축시킬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외에도 멕시코, 캐나다, 베트남, 인도 등이 월마트의 주요 수입국으로 꼽힌다. 맥밀런 CEO는 비용 압박이 4월부터 시작돼 5월 들어 더욱 심화됐다며, 식료품 외의 다양한 상품 가격 인상이 연중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월마트는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닌 지역으로 제조품 조달처를 변경하고, 알루미늄 대신 미 관세 대상이 아닌 유리섬유 등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과 90일간 관세 유예를 합의하는 등 임시협정이 단기적 공급망 압박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복된 정책 변화로 월마트를 비롯한 기업들이 대응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프록터앤갬블과 크래프트하인즈는 연간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항공사들도 경기침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가파르게 떨어져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PPI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달 대비 0.5% 떨어지며 2020년 4월 이후 최대폭으로 꺾였다.
지난달 미국의 소매 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1% 증가한 7241억달러로 집계됐다. 3월 증가율은 기존 1.5%에서 1.7%로 상향 조정됐다.
4월 소비지표는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꺾이면서 소비 둔화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