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2기 첫 해외 순방 ‘중동 3국’ 마무리
카타르 1.2조달러·사우디 6000억달러·UAE 2000억달러서 투자 유치
‘AI CEO 사절단’ 끌고 경제협력 ‘메가딜’…투자성과 ‘부풀리기’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카스르 알 와탄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rcv.YNA.20250516.PRU20250516057001009_P1.jpg)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첫 중동 순방에서 총 2조달러(약 2793조원) 넘는 투자 유치 성과를 이뤘다. 미국 투자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성과 부풀리기와 지나친 친(親) 중동 행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과거 외교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실리를 우선시하는 ‘트럼프식 외교’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는다.
중동 국가 돌며 美 투자 약속받아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보도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부터 이어진 중동 순방에서 이뤄낸 경제 교류 규모는 2조 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한국 정부 예산(약 656조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미국은 아랍에미리트(UAE)와 2000억달러, 카타르와는 최소 1조 200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와는 6000억달러 규모의 천문학적인 경제 교류를 이뤄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미국이 중동 국가들에 항공·AI 등에 대규모 투자를 받는 대가로 미국 기술을 대량 수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는 AI 기술이, 카타르와는 항공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이 이뤄졌다.
백악관에 따르면 UAE와 미국은 미국 내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 약속을 포함해 양국 간 AI 협력 합의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UAE는 올해부터 미국 기업 엔비디아로부터 최첨단 AI 반도체를 연간 50만개까지 수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아울러 UAE 아부다비에 5기가와트 용량의 AI 데이터 센터를 유치한 대규모 AI 캠퍼스가 건립된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와 정상 회담한 뒤, 카타르항공이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 160여대를 주문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2000억달러(약 280조원)가 넘는 정말 대단한, 기록적인 계약”이라며 “보잉에 축하를 보낸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잉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항공기 주문”이라며 “꽤 좋은 계약”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투자·기술 맞교환으로 중동외교 리셋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맨 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재계 지도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기업 투자 포럼에 참석했다. [게티이미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16.cfa6f72f099d49c7afee0044f353a71f_P1.jpg)
또한 이번 중동 순방에는 과거와 달리 미국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샘 올트먼 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등 기술 업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함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동 국가의 인권 침해를 비판하면서 CEO들이 사우디의 대표 기술 박람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으로 전임 정부와 달리 미국 투자를 빌미로 중동 국가와의 관계가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 중동이 혼란이 아닌 상업으로 정의되고 테러가 아닌 기술을 수출하는 미래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국가와 이룬 합의 내용에 빈틈도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사우디 간 사업계약이 일부는 이미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가령 구글, 오라클, 우버 등은 사우디 및 미국에 총 8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여기에는 지난 2월 이미 사우디에 5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세일즈포스도 포함돼 있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사업 계약의 총액은 6000억달러의 절반 이하인 2830억달러 정도로 집계됐다고 NYT는 보도했다.
中로 AI기술 유출 우려 여전…경계 목소리도
카타르와의 항공 협약도 ‘가격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졌다. AFP통신은 카타르항공이 구매키로 한 보잉 777X 및 787 드림라이너의 판매 가격을 고려할 때 실제 계약 규모는 2000억달러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동 순방 기간에 리야드를 방문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6/news-p.v1.20250516.2855608ebccd4091854efb6c95459ea1_P1.jpg)
AI 기업과의 기술 협력도 미국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샘 윈터 레비 카네기 국제 평화재단 연구원은 “미국이 최고로 돈을 많이 내는 곳에 핵심 전략 기술을 오프쇼어링(기업의 해외 이전)해 잠재적으로 미국의 지배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레비 연구원은 “AI 경쟁에서 걸프 지역이 가장 큰 플레이어 중 하나로 부상했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 결과를 장려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과거 중동 국가들은 중국에 기술 유출 문제 등으로 미국 국가와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WP는 “중동 국가들과 맺은 AI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 내 중국 강경파들에게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라며 “그들은 중동 국가와의 협의로 미국 안보와 경제적 이익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