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인천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 428건…19년 만에 최대치
전세 사기 진앙 미추홀구 집중…가치·가격 하락으로 유찰↑
![인천 건축왕 전세 사기 피해 아파트에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뉴시스]](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3/news-p.v1.20241212.98c91b00f77b4008a0d804cfd7adac6e_P1.jpg)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2022년과 2023년 인천광역시와 서울 강서구 화곡동 등에서 발생한 조직적인 전세 사기 여파에 장기화한 경기 침체가 더해지며, 최근 인천지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약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2022년 12월 ‘빌라왕’으로 인해 약 327가구가 피해를 본 인천 미추홀구에서 무더기로 경매 물건이 나오며, 여전히 전세 사기의 그늘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3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의 ‘4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 지역의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428건으로, 319건이었던 3월 대비 109건이 증가했다. 이는 475건을 기록한 2006년 3월 이후 약 19년 만의 최대치다.
이 가운데서도 인천의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특정 지역에 대한 쏠림현상이 도드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전체 428건 중 약 45.3%에 해당하는 194건의 경매가 미추홀구에서 진행됐다. 인천시의 9개 자치구 중 한 자치구에서만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아파트 경매가 진행된 셈이다.
전문가는 미추홀구 내 아파트 경매 물건이 매달 쏟아지며 심각한 적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해당 지역 전세 사기 피해주택들이 용도상 아파트로 잡힌다. 서울의 일반적인 고층 아파트 형태는 아니지만 5층 이상의 한 동짜리 나홀로 아파트 형태가 많다”며 “건축법상 5층 이상의 연립 다세대주택이 아파트로 잡혀 빌라보다 가구 수는 많다. 지역적으로 브랜드급 아파트가 드문 점도 경매 시장으로 나오는 아파트 수가 많아진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지옥션에서 전세 사기 피해로 인해 경매시장에 나와 현재까지 경매가 진행 중이거나 새롭게 등장한 물건도 상당했다.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에 있는 26층 규모 나홀로 아파트는 2022년 7월 경매시장에 등장했다. 해당 물건의 법원 문건 접수 내용을 살펴보면, 2023년 ‘전세 사기피해자 지원 경매 유예 등 요청 제출’ 내역을 발견할 수 있다.
전문가는 전세 사기 진앙지에서 시차를 두고 해당 물건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소장은 “경매를 신청하고 실제 진행은 약 7개월 뒤에 후행하게 돼 있어 전세사기가 많이 발생한 2023년과 그 시차를 계산했을 때, 지난해 역대급 물건 접수가 이뤄진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며 “그 가운데서도 인천지방법원은 매각 물건이 수원지방법원과 함께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고 설명했다.
전세 사기 낙인효과에 더해 경기 침체로 인한 인근 시세의 하락도 있다 보니 낙찰률과 낙찰가율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4월 인천 아파트 경매 물건의 낙찰률은 35.3%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4개월 연속 40%를 밑돌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낙찰가율도 지난해 12월 84.4%를 기록한 이후로, 올해 들어 ▷1월 80.7% ▷2월 80.5% ▷3월 78.9%에 이어 지난달 77%로 우하향 중이다. 평균 응찰자 수 역시 7.2명으로, 3월보다 1.4명이 줄며 모든 경매지표에서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미추홀구는 구성 자체가 서민주택 밀집 지역으로, 전세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다”며 “전세 사기 피해 물건들이 일반적인 권리상 하자가 없는 채로 계속해서 경매시장에 쌓여가는 중이다. 인근 가격 시세 자체도 많이 빠져 유찰이 기본적으로 두 번 이상 이뤄지는 상황인 데다가 신규 물건이 추가되다 보니 적체 현상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유찰이 잦아지며 가격 하락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씨티프라임’ 아파트는 7차례 유찰되며, 초기 감정가 2억1800만원 대비 2억원가량 하락했다. 현재는 최저가 1700만원대로 떨어져 8번째 경매를 앞두고 있다.
전세가율도 전세 사기 여파로 회복세가 더디다. 전세가율은 주택매매 가격에 대비한 전셋값의 비율로, 통상 80%를 넘을 경우 깡통주택의 위험성이 큰 것으로 분류된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 전세가율은 64.4%지만, 인천은 그보다 높은 67.8%를 기록했다. 미추홀구의 전세가율은 95.4%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전문가는 잦은 유찰로 인해 가치가 하락한 물건이 많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특히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강 소장은 “전세 사기 낙인효과에 더해 설상가상으로 가치 하락까지 겹치며 낙찰도 어려운 상황이다”며 “감정가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무턱대고 응찰했다가는, 선순위임차권 등 갚아야 할 돈이 많을 수 있어 권리분석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jookapook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