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총 35조 규모 금융지원 추진

금리 우대 통해 중기 등 실질 부담 완화

신보 특별출연 통한 지원 개시에도 속도

컨테이너 선박이 부산항에 접안해 있는 모습 [부산항만공사 제공]
컨테이너 선박이 부산항에 접안해 있는 모습 [부산항만공사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인천 공단에 있는 합성고무 제조기업 A사는 제품을 수출기업에 납품하는데 대부분이 미국 수출용이다 보니 관세 부과 이후 매출 타격에 대한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 원자재 구입과 기계 수리 등에 3억원이 급하게 필요했고 100% 부동산담보로 운전자금대출을 신청했다. 최초 대출 심사에서는 BBB-의 신용등급으로 대출금리가 4.65%로 산출됐으나 KB국민은행이 제공하는 금리우대 프로그램을 활용해 그보다 0.71%포인트 낮은 3.94%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주요 금융그룹이 지난달 초 미국 관세 조치로 피해가 예상되는 수출기업을 위한 대규모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은행 창구에서 관련 지원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트럼프발(發) 관세 쇼크가 현실화하면서 수출기업, 그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협력사나 연계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자금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해결하는 데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총 35조원 규모로 마련한 금융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 은행 영업점 전결로 진행할 수 있는 금리우대 프로그램을 우선 시행함으로써 자금 사정이 여의찮은 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우선 KB국민은행은 A사를 포함해 대미 수출 관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3조원 규모의 금리우대 프로그램은 4월 말 기준으로 이미 1조8000억원을 소진한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이와 별도로 국가 주력 전략산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 등을 위한 한시 특별 금리우대 프로그램도 5조원 규모로 준비했다.

하나은행은 총 6조3000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 계획 중 현재까지 약 1조2000억원의 지원을 완료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에 대해 원금상환 기한 연장, 분할상환 유예, 금리감면, 신규자금 지원 등 필요한 혜택을 주고 있다. 누적 취급 건수는 약 1800건으로 파악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미국 상호 관세과 관련한 금융지원 계획이 발표된 이후 수출입 업체의 무역 거래 관련 지원 문의가 많다”며 “특히 신용장 결제일 연장, 개별 결제자금 지원 건이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 등 정책금융기관 특별출연을 통한 금융지원 개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출입 기업 지원에 총 10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우리은행은 조만간 신용보증기금 등과 신규 보증협약을 체결하고 특별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반도체·자동차 등 관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업종을 중점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고 세부 협약 내용에 대한 조율도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달 3일 기술보증기금과 손잡고 1929억원 규모의 주력산업 위기극복과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에 착수했다. 올 한 해 수출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을 위해 2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초반 선으로 내려오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다소 수그러들었고 미영 무역협정 체결 합의와 미중 상호관세 유예 발표로 향후 관세 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제기되는 분위기”라면서도 “여전히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변동성을 보이고 있고 통상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돼 금융 지원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