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
블록체인은 ‘기술 테마’로 접근
한국 ETF 시장 성장성에 주목
한투운용과 협력 DGRW 기반 ETF 출시
DGRW ‘배당+수익성 중심’ 리밸런싱 운영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우리는 금을 토큰화해서 실제로 글로벌 유통이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었다. 이론적으로는 이 토큰이 오늘이라도 한국의 플랫폼에 탑재될 수 있다. 기술적으론 가능하다”
미국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제러미 슈워츠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비트코인, 금과 경쟁하는 자산으로 자리매김”
위즈덤트리는 퀄리티 배당성장(DGRW) 상장지수펀드(ETF)를 비롯해 비트코인 현물 ETF, 금을 토큰화한 디지털 자산 등 다양한 혁신 금융상품을 개발해 온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운용 자산 규모는 약 1200억 달러에 이르며 금 투자 부문에서 글로벌 5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로 꼽힌다.
슈워츠 CIO는 “그러면서도 각국의 규제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전제이며,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책임 있는 디파이(DeFi)’ 또는 ‘컴플라이언스 기반 디지털 자산 운용’이라고 부르며 “향후 미국 머니마켓펀드 등 다양한 자산도 토큰화해 세계 각국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의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단계이고 우리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워츠 CIO는 가상자산이 전통적인 자산 배분 전략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비트코인은 금과 경쟁하는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슈워츠 CIO는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블록체인은 ‘기술 테마’로 접근할 수 있고 이 두 축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전체 자산의 5% 수준을 테마 전략에 할당하고, 그 일부를 암호화폐로 구성하는 방식이 적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ETF 시장, 아시아에서 성장 속도 제일 빨라”
이번 방한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협력해 DGRW 기반 ETF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위즈덤트리는 한투운용과 함께 ‘ACE 미국배당퀄리티’ ‘ACE 미국배당퀄리티+커버드콜액티브’ ‘ACE 미국배당퀄리티채권혼합50’를 상장했다.
슈워츠 CIO는 “한국은 ETF 시장 성장 속도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국가”라며, “작년 12월 첫 논의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상품 출시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는 사무소까지 마련했지만 끝내 자체 상품을 출시하지 못했는데 한국은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위즈덤트리는 최근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배당 전략이 인기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슈워츠 CIO는 “고배당 전략은 특정 섹터 편중이 심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라며 단순히 배당수익이 높은 전략보다는 장기 수익성과 배당을 모두 고려한 전략이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슈워츠 CIO는 기술주가 S&P500에서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지만, 대부분의 고배당 펀드는 기술주 편입 비율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DGRW지수, 배당 시작한 기술주 편입해 수익률 방어
그는 “시장을 주도하는 동안 대부분의 배당 전략이 S&P500 대비 200bp 이상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DGRW는 이를 극복하며 시장 수익률을 따라잡았다”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배당을 시작한 기술주를 조기에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높은 비중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GRW가 다른 배당 ETF나 비해 배당률이 낮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배당 이력보다는 미래 성장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DGRW의 연간 배당률은 1.79% 수준이다. 그는 “기술 기업들이 이제는 성숙 기업으로 전환하며 배당을 시작하고 있다”라며 “AI 투자도 지속하면서 동시에 배당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 이들이 배당 성장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DGRW 지수의 핵심을 배당과 수익성 중심의 리밸런싱으로 꼽았다. 기존 시가총액, 가격 중심의 지수 대신 성장성을 반영한 지수를 만드는 게 위즈덤트리의 투자 철학의 핵심이었다.
슈워츠 CIO는 “기존의 대표 지수들은 투자 성과를 목표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라며 “다우존스30은 1896년에 단순 산술 평균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S&P500 역시 1957년에 도입됐지만 시장 대표성을 기준으로 구성된 지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즈덤트리는 처음부터 성과 기반, 투자자 중심의 지수를 만들기 위해 출범했으며 이는 2000년대 초 기술주 버블 붕괴 이후 드러난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