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스칼라 247년 역사상 첫 동양인 감독
2027년부터 3년간 음악감독 진두지휘
![정명훈 [마스트미디어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3/news-p.v1.20250102.36c61a81d5e64377a128c2a8a0215fca_P1.jpg)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국의 ‘지휘 거장’ 정명훈(72)이 세계적 권위의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의 차기 음악 감독으로 선임됐다. 247년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감독이다.
라 스칼라 극장은 12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명훈이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오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음악감독 직을 맡는다고 밝혔다. 현재 음악감독 리카르도 샤이의 퇴임 이후부터다.
‘오페라 본토’인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은 전 세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다. 1778년 개관 이후 이탈리아의 음악 유산을 만든 베르디, 로시니, 벨리니의 걸작들이 초연된 곳이다. 그동안 아르투르 토스카니니, 툴리오 세라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세계 최고의 마에스트로들이 거쳤다.
정명훈과 라 스칼라의 관계는 각별하다. 라 스칼라에 따르면 정명훈은 1989년부터 총 9편의 오페라를 84회 공연했고, 총 140회가 넘는 콘서트를 지휘했다. 비음악감독으로는 단연 압도적인 수치다. 이탈리아 작곡가를 비롯해 모차르트, 베토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쇼스타코비치 등 다양한 작곡가의 음악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오페라 극장의 투어도 이끌며 베를린, 뮌헨, 서울, 상하이, 도쿄, 바젤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찾았다.
2016년엔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를 지휘하는 등 라 스칼라 극장의 해외 오페라 투어를 지휘했다.
![정명훈과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합창단의 내한 공연 [롯데콘서트홀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3/news-p.v1.20250513.f45333f5a91e40cab1ff1ef0e65580d2_P1.jpg)
라 스칼라는 정명훈을 “베르디의 대표적인 해석가”라고 칭하면서도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1992),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살로메’, 1995), 지아코모 푸치니(‘나비부인’, 2007),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이도메네오’, 2009), 주세페 베르디(2016·2018년, ‘사이먼 보카네그라’)의 작품을 지휘하며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정명훈은 이탈리아 음악에 헌신하고 예술적 경지를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이탈리아 공화국 훈장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988년 라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네치아의 라페니체 극장,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지휘한 공로로 이탈리아 비평가들이 선정한 ‘아비아티’상, 1989년엔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상을 받았다.
라 스칼라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오랜 세월에 걸쳐 라 스칼라 극장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마에스트로 최초로 명예 지휘자로 임명된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난 3월 열린 세 차례의 공연(3월 17일, 19일, 21일)에선 전석 매진과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 “밀라노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며 라 스칼라의 국제적 명성에 가장 크게 기여한 지휘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이 라 스칼라의 설명이다.
극장 측은 이번 선임을 발표하며 “정명훈의 새로운 아시아 오케스트라 투어도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엔 정명훈이 이끄는 라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한국 공연도 앞두고 있다. 무려 9년 만의 내한 일정으로,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협연자로 참여한다.
피아니스트 출신 지휘자인 정명훈은 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이후 1978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부지휘자로 임명되며 지휘자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엔 독일 자르브뤼켄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 프랑스 국립 바스티유 오페라단 음악감독 등을 역임했다.
2023년엔 라 스칼라 극장 소속 관현악단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첫 번째 명예 지휘자로 추대됐다. 현재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수석 객원지휘자이자 파리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명예 음악감독, KBS교향악단 계관 지휘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부산 오페라, 콘서트홀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됐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