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외무부 장관 마우루 비에이라가 지난 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브라질 외무부 장관 마우루 비에이라가 지난 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브라질 국채를 비롯한 신흥국 국채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한 데다가, 미중 무역 전쟁으로 뜻밖의 수혜를 누리면서 경제 안정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브라질 펀드로 나타났다. 3개월 수익률은 12.95%에 이른다. 해당 펀드 대부분이 브라질 현지 통화인 헤알화로 발행한 고금리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브라질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브라질 채권 투자 금액도 급격히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브라질 채권 순매수액은 32억9482만달러로, 전년 동기(21억5345만 달러) 대비 53% 증가했다.

브라질 채권 투자 급증의 배경에는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4.25%까지 인상하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한 점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p 올린 14.25%로 정했다. 이는 지난해 8월보다 3.75%p 상승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10년 만기 브라질 채권 금리가 연 14%대 중반을 기록 중이다. 채권 평가 차익을 고려하지 않고도 이자로만 14%의 수익을 보는 셈이다. 아울러 브라질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점도 투자 매력도를 부각했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미중 무역 전쟁으로 원자재가 풍부한 브라질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를 부추겼다. 일반적으로 신흥국 채권은 높은 위험성에 투자 선호 대상은 아니지만 경제 안정성이 개선되면서 채권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중 무역 전쟁에서 브라질이 대두, 철광석, 원유 등 중국에 원자재를 납품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 전망이 개선됐다. 지난 2018년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와 중국 간의 1차 무역전쟁 당시 중국은 남미로 공급망을 넓혔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중국이 미국 농가 대신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승자는 브라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중국은 대두 등 브라질산 농산물을 이미 대량으로 사고 있고, 면화에서 닭고기에 이르기까지 브라질의 모든 공급 업체는 중국 특수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헤알화가 강세를 보이는 점도 브라질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헤알화는 달러 대비 약 10% 올랐다.

다만, 브라질 국채는 국가 부도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에 따르면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은 Ba1등급으로 ‘투기’ 등급에 해당한다. 특히 헤알화 변동폭이 큰 만큼 헤알화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