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성 베드로 광장서 장례 미사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운구…100여 년 만 바티칸 외부로
소박한 목관…묘비명에도 이름 하나만
트럼프 등 세계 정상들 집결…20만명 운집
![2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가 열리고 있다.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6/rcv.YNA.20250426.PAP20250426257001009_P1.jpg)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수많은 인파의 경의를 받으며 마지막 길을 떠났다.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엄수됐다.
이날 장례 미사는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하고 전 세계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 집전했다. 미사에 앞서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돼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한 목관이 광장 야외 제단으로 운구됐다. 관 위에는 성경이 올려져 있었다.
장례 미사는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라는 입당송으로 시작한 후 기도와 성경 강독이 이어졌다.
레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교황님께서는 지상에서 영원으로 건너가신 이후 지난 며칠동안 우리가 목격한 넘쳐나는 사랑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깊이있는 교황직이 얼마나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에 감동을 줬는지 말해준다”며 “이제는 사랑하는 교황님의 영혼을 하나님께 맡겨드리며 영원한 행복을 주시기를 빈다”고 마지막 축복을 전했다.
이어 “그분은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시기까지 하신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셨다”며 “강인함과 평안함을 함께 지니고 당신의 양떼인 하느님의 교회 가까이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그렇게 하셨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또한 “교황님은 개인들과 민족들을 직접 만나셨고, 모든 민족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열망하셨으며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두드러진 관심을 기울이셨다. 넘치도록 당신을 내어주셨으며 특히 소외된 이들에게 그렇게 하셨다”며 “모든 일을 향해 열린 마음을 지니고 사람들 가운데 있는 교황이셨다. 모든 이에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가가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시고 오늘날의 도전들에 매우 민감하셨으며 이 시대의 불안과 고통과 희망을 진정으로 함께 나누셨다. 사람들의 마음에 직접적, 즉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메시지로 우리를 위로하셨다. 환대하고 경청하는 그 분의 카리스마는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줬다”고 덧붙였다.
레 추기경은 “그 분의 사명을 이끄는 큰 줄기는 ‘교회는 모든 이의 집, 언제나 활짝 열린 집’이라는 확신이었다. 교회는 많은 이들이 전쟁에서 다친 후에 찾는 ‘야전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자주 사용하셨다”고 말했다.
아울러 “형제에 대한 열망을 전 세계적으로 되살리고자 하셨다. 세계 평화와 공동의 삶을 위한 인간적 형제애를 추구하셨다”고 했다.
레 추기경은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부활주일에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하셨던 것처럼 이제는 천상 교회에서 교회에 강복해 주시고 로마와 온 세계에 강복해 주시기를 빈다”고 전한 뒤 성찬 전례와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며 고별 의식을 마무리했다.
이후 성가대와 신자들이 라틴어로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베드로의 후계자로 교회의 목자가 되게 하신 자비로운 프란치스코 교황을 당신 말씀의 용감한 설교자요, 하느님 신비의 충실한 봉사자로 삼으소서”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일어서서 “천사가 그대를 천국으로 인도할지니, 순교자들이 그대를 맞아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으로 인도할지니”라고 노래하며 장례 미사가 마무리됐다.
수많은 신자는 “즉시 성인으로(Santo subito)!”라고 외치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경의를 바쳤다.
앞선 대부분의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 안장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은 생전에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로 선택한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운구된다. 바티칸에서 출발해 베네치아 광장과 콜로세움 등 유적지를 거쳐 약 6㎞ 거리를 이동한다.
장례 미사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은 운구 행렬 옆에서 교황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했다.
바티칸 외부에 교황의 시신이 안장되는 건 1903년 선종한 레오 13세 이후 처음이다.
로마 4대 성전 중 하나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로마에서 성모 마리아에 봉헌된 최초의 성당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외 사목 방문 전후 늘 이 성당을 방문해 성모에게 기도했다. 그는 “교황직에 오르기 전 주일 아침이면 항상 그곳에 가서 잠시 쉬곤 했다”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소외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향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 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지막 길도 소박하게 떠났다.
과거 교황 때는 세 겹으로 된 삼중관에 입관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거부하고 목관 하나로 간소화하도록 했다.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허용된 일반인 조문에서 교황이 안치된 목관은 바닥과 가까운 낮은 곳에 놓였다. 역대 교황들의 관은 허리 높이의 관대에 올려졌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러러보이길 거부하고 낮은 곳을 택했다.
또한 묘비명에는 특별한 장식 없이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을 새겼다.
이날 장례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각국 정상이 집결했다.
한국에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대사와 안재홍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이 사절단원으로 동행했다.
교황청은 이날 장례 미사에 20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장례 미사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일반 조문에는 약 25만명이 성 베드로 성전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이날 장례 미사를 시작으로 5월 4일까지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 기간에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매일 추모 기도회가 열린다. 교황의 무덤은 오는 27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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