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에 기소권 절제”…일각에선 “왜 서울로 부르나”

김여사 유죄시 ‘부실수사’·무죄시 ‘무리한 재수사’

문재인 전 대통령[연합]
문재인 전 대통령[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비상계엄 사태 수습에 집중했던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기소와 김건희 여사 재수사를 전격 결정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은 오히려 “기소권을 절제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동시에 재판받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재수사하기로 했지만 명품백 수수 사건은 항고를 기각했다.

檢 “기소권 절제” vs 野 “대선에 영향”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온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문 전 대통령이 딸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 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서씨의 취업으로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했으므로 문 전 대통령이 그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본 것으로 판단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 대통령경호처 등이 다혜씨와 서씨의 해외 이주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검찰이 딸 다혜씨와 사위였던 서씨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한 것이다. 앞서 다혜 씨와 서 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아왔다. 이 전 의원의 지원을 실질적으로 받은 것도 이들 두 명이다.

다만 검찰은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기소하면서 뇌물죄의 국가형벌권 행사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 다혜 씨와 서 씨를 법정에 세우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다혜 씨 부부가 문 전 대통령의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지만,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 만큼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기소함으로써 국가형벌권 행사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과 다혜씨가 가족관계인 점 등을 고려해 스스로 기소권을 ‘절제’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의 주거지인 경남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에 공소를 제기한 것을 두고, 조기대선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을 서울로 불러 법정에 세우려는 검찰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게 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라인의 정치검찰들이 윤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동일한 시기에 재판받게 하겠다는 정치적 모략을 꾸민 게 아니라면 서면조사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위법한 기소를 할 이유가 없다”며 “두 전직 대통령이 마치 권력을 이용한 부패 범죄에 동일하게 연루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주지검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지 관할 법원에 공소를 제기했다”며 “피고인의 주거지는 경남 양산이지만, 이 사건이 주로 발생한 곳은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청와대이므로 서울중앙지법에 공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문 전 대통령 측이 거주지인 경남 양산 관할 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건희 여사[연합]
김건희 여사[연합]

‘도이치’는 재수사…‘명품백’은 항고기각

검찰은 동시에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반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무혐의 처분에 대한 항고 사건에 대해서는 재수사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기각했다.

서울고검은 “피항고인 김건희의 자본시장법 위반 항고사건에 대해 재기수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기수사란 불기소 처분됐거나 사건이 종결된 경우, 수사가 미진하거나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다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달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사건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관계인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는 게 서울고검 설명이다.

재수사는 서울고검 형사부가 직접 맡는다. 서울고검은 박세현 고검장이 이끌고 있다. 박 고검장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본부장을 맡아 수사를 책임진 바 있다. 이번에는 김 여사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입장이 돼 윤 전 대통령 부부 모두를 수사하는 이력을 남기게 됐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이 2009∼2012년 주가조작 ‘선수’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錢主)’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고발된 지 4년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7일 김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혐의를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여사 계좌가 일부 동원된 것은 맞지만, 주식에 전문성이 없는 김 여사가 이를 인지했거나 주가조작 일당과 사전에 연락한 뒤 시세조종을 위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전문 투자자인 데다 주가조작 선수와 직접 연락하며 편승 매매를 해 기소된 다른 전주 손모 씨처럼 김 여사에게 방조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고 당시 검찰은 판단했다.

하지만 김 여사 사건 고발인인 최강욱 전 의원이 무혐의에 불복해 항고했고, 지난해 11월부터 서울고검은 항고 사건을 검토해왔다. 이후 이달 3일 대법원이 권 전 회장과 손씨 등 일당의 유죄를 확정하자 서울고검은 이날 김 여사 사건 재수사를 결정했다.

검찰은 김 여사의 유죄가 증명된다면 중앙지검이 부실 수사를 했거나 면죄부를 주려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서울고검이 기소하지 않거나 죄를 증명하지 못하면 무리한 재수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을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서울고검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무혐의 처분에 대한 항고 사건에 대해서는 재수사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기각했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2023년 11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 백을 받는 모습이 담긴 ‘몰래카메라’ 영상을 공개하고 같은 해 12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한 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받은 디올 백 등에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이에 불복해 항고했던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재항고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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