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둥, 인천·이천 물류센터 마련
‘직매입 강자’ 아마존·쿠팡 모델 활용
중국 내수 침체·美 관세 피해 한국으로
![징둥 이천 물류센터 [징둥로지스틱스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5/news-p.v1.20250425.b0fc354ad3484d50bad2521a4aaa5f51_P1.jpg)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업체 ‘징둥’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에 물류센터를 마련하고 물류업체들과 협력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에 이어 징동까지 국내에 진출하면서 토종 이커머스와 C커머스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커머스 징둥닷컴 산하 물류기업인 징둥로지스틱스는 최근 인천과 이천에 자체 물류센터를 조성해 운영을 시작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한국 등 글로벌 판매자를 대상으로 제3자 물류와 풀필먼트(통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징둥 이천 센터는 펫커머스 기업 전용 물류센터다. 인천 센터는 미국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의 물류 대행과 국내 뷰티 기업 수출을 위한 전용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징둥닷컴 계열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징둥 월드와이드’를 통해 한국산 제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해외 직접판매(역직구) 물류 서비스도 운영한다. 서울과 일부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12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자에게 물건을 위탁받아 발주, 발송, 배송 전반의 업무를 대신 해주는 서비스다.
C커머스 플랫폼이 한국에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징둥이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의 중소 물류업체가 알리익스프렛, 테무 등 C커머스 플랫폼의 한국 물류 대행 업무를 맡은 적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에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테무는 경기 김포 물류센터를 임차해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운영을 맡겼다.
징둥로지스틱스는 현재 19개국 100여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에서 2~3일 내 국제 배송 또는 국가 내 일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는 징둥이 국내 물류센터 확보를 시작으로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최근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업체와 소비자 집 앞으로 배달하는 ‘라스트마일’ 물류 계약을 맺었다.
징둥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달리 물류센터를 먼저 확보한 이유는 국내 이커머스 1위인 ‘쿠팡’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마존, 쿠팡 등은 직매입으로 자체 물류창고에서 물건을 보관한 뒤 고객에게 빠르게 배송하는 시스템으로 고객을 확보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징둥은 기존에도 해외시장 진출 시 통상 물류센터부터 마련해 왔다”고 말했다.
징둥은 알리바바와 테무 모기업인 핀둬둬와 함께 3대 C커머스로 꼽힌다. 지난해 징둥 매출은 1조1588억위안(약 228조원)으로 알리바바그룹(1조192억위안), 핀둬둬홀딩스(3938억위안)를 넘어섰다. 쿠팡의 작년 매출(약 41조원)보다 5배 이상 많다.
국내 시장에서 C커머스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모바일 시장분석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결제액은 약 3조6897억원으로 2022년(1조4108억원)보다 2.6배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테무는 결제 추정액이 2023년 311억원에서 지난해 6002억원으로 뛰었다.
징둥은 2018년 한국에 징둥코리아라는 법인을 설립하며 일찌감치 한국 진출을 타진했다. 2022년에는 국경 간 운송업 등을 포함한 물류사업을 추가했다.
징둥의 한국 진출은 국제 정세와도 맞물린다. 징둥은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경기 침체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했다는 평가다. 한때 10~20%대였던 매출 성장률은 최근 한 자릿수로 전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대중국 관세 정책이 바뀌면서 해외 진출을 서둘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징둥이 갖춘 물류 인프라나 투자 규모를 활용해 한국에 진출하는 속도가 빠르다”며 “아직 진출 초기지만, 앞으로 B2C(기업·개인간 거래) 시장까지 진출한다면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mp125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