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TF 규모 10조달러에서 횡보

‘셀 암메리카’에 S&P500·美장기국채 ETF ‘팔자세’

국내 ETF 시장, 자금 유입 늘어도 순자산총액 감소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이날 증시를 보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AP]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이날 증시를 보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연초 성장세를 이어오던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증시 부진과 자금 이탈 현상으로 정체기를 맞았다.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미국 증시 부진으로 ‘셀 아메리카’ 현상이 확대된 영향이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미 연방준비제도(Fed) 때리기에 들어가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자 미국 ETF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17~21일 10조5000억달러(한화 1경 4892조원)에 이르던 미국 ETF 순자산총액 규모는 이달 들어 10조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증시가 주저앉은 데다가 주식 ‘팔자세’가 확대된 영향이다.

채권, 주식, 원자재, 부동산 등 ETF 기초자산 가운데 주식형 ETF의 순자산 규모가 급감했다. 이달 14~18일 미국 주식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7조7000억달러로 전주 보다 411억달러 줄었다. 일평균 거래량도 25억6000주주로 전주 대비 평균 29억 1000주 감소하며 전주 대비 거래량이 반토막 났다.

한 주 동안 자금 유출이 가장 컸던 상품은 S&P5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SPDR S&P500(SPY)로, 87억703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아이셰어즈 코어 S&P500(IVV)에서는 54억6240만 달러가 순유출 되며 뒤를 이었다. 미국 ETF 중에서도 단골 상품인 S&P500 관련 상품에서의 자금 이탈이 컸다.

미국채 장기물 ETF에 대한 자금 이탈도 두드러졌다. 아이셰어즈 7-10년 미국 국채 상품에서는 한 주간 30억74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관세정책에 통화 정책 독립성까지 훼손하려는 행보에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ETF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ETF 시장도 미국 증시 부진으로 성장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연초만 해도 연말에는 국내 ETF 시장이 2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상반기 국내 ETF 시장 규모는 180조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국내의 경우 ETF 펀드 자금 유입은 증가하고 있지만 상품의 기초자산 하락으로 인해 순자산총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대형주 위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미국 상장지수펀드에서 자금은 유입이 축소되며 전체 66억3000달러로 감소했으며 미국 국채 단기물 등 채권 위주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운용본부장은 “미국과 한국 ETF 시장 모두 글로벌 주식시장 하락에 따라 순자산이 감소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내 ETF 시장도 설정액 증가는 18조9000억원에 육박했지만 순자산총액(NAV) 증가분은 11조2000억원밖에 되지 않았다”며 “ETF 설정액은 계속 증가했지만 시장 상황으로 인해 ETF 순자산이 좌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당분간 주식시장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들은 미국 ETF 상품 중에서도자산배분형 또는 단기채권형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