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소셜에 “부정행위”…‘1번’ 환율조작
트럼프 “우린 관세에 진지” 정당성 주장
이번주 한미협상서 압박수위 올라갈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미국을 상대로 ‘비관세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8가지 비관세장벽을 직접 언급했다. 무차별 상호관세를 둘러싼 비판이 고조되자 자신의 관세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번주 예정된 한미 간 무역협상에서도 압박카드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전 세계 무역상대국이 미국을 상대로 그동안 취한 대표적인 ‘비관세 부정행위’(NON-TARIFF CHEATING)라며 8가지 유형을 나열했다.
그는 상호관세 발표일인 지난 2일 ‘해방의 날’ 이후 많은 세계 지도자와 기업 경영자들이 관세 완화를 요청하러 나를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진지하다는 점을 세계가 알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우리는 진지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EU·일본 사례 콕 집어 “부정행위”=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8가지 부정행위 중 첫 번째는 환율조작이었다. 환율조작은 최근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를 7.2066위안으로 절하 고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표 이후 6거래일 연속 내린 것으로 2010년 이후 위안화 가치가 최약세를 기록했다.
다른 부정행위로는 ▷관세와 수출 보조금 역할을 하는 부가가치세 ▷원가보다 낮은 덤핑 ▷수출 보조금 및 정부 보조금 등을 적었다.
또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농업 기준과 ▷기술 기준도 비관세 장벽으로 꼽으면서 농업 기준 사례로 유럽연합(EU)의 유전자 조작 옥수수 수입 금지를 지적했다.
기술 기준 사례로는 일본의 ‘볼링공 테스트’를 비판했다. 볼링공 테스트는 약 6m 높이에서 볼링공을 자동차 후드에 떨어뜨리는 자동차 안전성 시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산 자동차가 일본 소비자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일본이 사용하는 술책이라고 비판해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위조, 해적판, 도용 등 지식재산권(IP)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에 따라 연간 1조 달러(약 1424조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환적도 비관세 장벽의 하나로 꼽았다.
▶트럼프 “진정한 상호주의 구축해야” 관세 옹호…中 “다른 국가들, 中이익 희생하는 對美 합의땐 반격”=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교역대상국의 부정행위를 비판하면서 상호관세를 옹호했다. 그는 “그들은 수십 년간의 (미국에 대한) 부당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위대한 우리나라의 부를 재건하고 진정한 상호주의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장 쉬운 길을 원하는 이들에게 할 말은 ‘미국으로 오라, 그리고 미국에 (생산시설을) 건설하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주장한 8가지 부정행위는 새로운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환율 조작 등 대부분 기존에 행사나 SNS에서 이웃 국가를 비판할 때 사용했던 내용으로, 본격적인 상호관세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에 호소하기 위해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직접 여론 호소에 나선 이유는 최근 “상호관세가 미국 경제를 악화할 수 있다”는 거센 비판을 직면했기 때문이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최대 245%’ 관세를 부과한 중국과의 무역갈등도 격화하고 있어 시장의 우려를 샀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누구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일대일 대화를 고집하고 있다”며 “이것이 양국 간 무역 전쟁 심화를 중단하고자 하는 다른 외교 노력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에 나설 무역 상대국에 중국과의 무역 제한을 압박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대등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홈페이지에 게재한 입장문에서 “자신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을 훼손함으로써 이른바 ‘면제’를 받는 것은 호랑이에게 가죽을 요구하는 것(與虎謀皮·무모한 일)이고,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중국은 어떤 국가가 중국의 이익을 희생한 대가로 (미국과의) 거래를 달성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만약 이런 상황이 나타나면 중국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대등하게(상호적으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다. 중국은 자기 권익을 지킬 결심과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70여개국이 트럼프 행정부 부과 관세를 놓고 협상을 앞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그 대가로 중국의 제조 역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급 고문들은 상대국 관세 협상 대표들에게 이른바 ‘2차 관세’(secondary tariffs) 문제를 꺼내 들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특정 국가들에서 수입되는 상품들에 대해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셈이다.
▶외신 “이번주 대미협상 韓, 대선 앞두고 무역협상 불확실”=한편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주 한미 고위급 협의에 외신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4월 1일~20일까지 한국의 대미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3% 감소했다는 관세청 자료를 소개하며 “한국은 트럼프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에 취약한 국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 이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혼란으로 한국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빅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협상이 얼마나 빨리 타결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조선업을 트럼프 행정부에 협상카드로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NYT는 “한국은 자국 조선업 역량을 부각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미국 조선업 재건 목표에 협력 의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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