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강판 현지경쟁력 강화, 글로벌 공략까지
이차전지소재, 생산·공급망 확보 맞손
두 회장의 ‘글로벌 행보’ 탄력 메시지도
![포스코의 미국 인디애나 플랜트 전경 [포스코그룹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1/news-p.v1.20250421.a0a4b1e6f51849a4ba73a341402d7293_P2.png)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동맹’은 자동차와 철강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제조업 역사를 견인해 온 두 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에 맞서 미래 청사진을 꾸리고 그 아래 손을 잡은 기념비적 사례가 될 전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기존 철강산업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동시에, 글로벌 경제블록화와 친환경 전환이라는 시대적 숙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양 그룹의 협업으로 가장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단연 철강 분야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전기로 일관제철소) 투자사업에서의 합작을 통해 사업당사자인 현대제철은 재원 마련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포스코그룹은 미국과 멕시코 지역 자동차 강판 시장에서 활용할 철강재 확보가 쉬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미 지역에서의 두 그룹의 사업 경쟁력 확보라는 추가적인 효용도 예상된다. 실제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미국과 멕시코 등 북미 지역 곳곳에 차량용 강판 가공공장(AAPC) 및 자동차 강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주로 현대자그룹 산하의 현대차와 기아 생산시설에 인접한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이들 지역 인근에는 다른 완성차 브랜드들의 주요 공장도 입지해 있다. GM(제너럴모터스)이 루이지애나·조지아·텍사스에 공장을 두고 있고, 닛산이 미시시피, BMW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혼다가 앨라배마에 각각 생산 공장을 둔 상황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전경 [현대제철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1/news-p.v1.20250421.611be4511b7a4282b8bc65904f3fa0ad_P2.png)
실제 우리나라 자동차 강판은 현재 일본 글로벌 기업에 수출이 이뤄질 만큼 높은 품질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미국 현지에 지어지는 전기로를 통해 생산된 차강판을 글로벌 메이커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도 높아지게 된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쿼터제 폐지 및 관세 일괄 부여 조치가 시행된 시점에서는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보호를 받던 인접국 캐나다와 멕시코 회사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지 일관제철소에서 철강재를 직접 생산하게 되는 만큼, 우리가 원하는 강도에 맞게 우리 기술이 적용된 적합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현지에서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영업망에 대한 교류도 예상되는 만큼, 가격경쟁력이나 사업처 찾기에서도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 10여년간 쿼터제 등으로 제한되던 북미 철강시장에서 국내 철강업계 투톱이 함께 활약한다는 의미도 주목된다.
실제 미국 철강시장은 ‘철옹성’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해외 업체의 진출이 힘든 지역이었다. 최근 일본제철이 US스틸의 인수를 추진했지만,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이끈 민주당 행정부의 견해에 따라 마침내 좌절된 것이 그 경우다.
되레 해외기업의 미국 투자를 권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 자체는 좀 더 수월해진 셈이다.
실제로 쿼터제 등을 통해 미국 철강업체들은 압도적인 내수시장을 확보하고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대한 소위 ‘갑질’을 행해온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지 반덤핑법을 통한 판매 규제다.
미국 철강기업 ‘누코어’는 2017년 국내 기업들이 심야전기를 통한 철강재 생산에 대해 미국 정부에 반덤핑 규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전이 전기 사용량이 적은 심야시간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제조업체들에 산업용 전기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정부가 보조급을 지급했다는 것이 누코어 측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에는 반덤핑 이슈를 통한 피로감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현지에서 생산을 통해서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게 될 경우, 이런 반덤핑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차전지소재 분야에서 양 그룹의 협력도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글로벌 톱3 완성차 메이커에 등극함과 동시에, 전동화를 숙제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향후 전동화 모델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이차전지소재 사업을 추진하는 포스코그룹과의 협업은 반가운 대목으로 꼽힌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리튬부터 양극재와 음극재 등 이차전지소재 사업 전반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이 보유하고 있는 양극재와 음극재 역량은 기존에 사업을 영위해오던 중국업체를 제외한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그룹 입장에서도 글로벌 톱3의 완성차 메이커를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이번 동맹으로 양사 최고 경영진의 글로벌 시장 확장 구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앞서 미국을 방문해 루이지애나 지역의 제철소 건설 계획을 직접 공개했다. 당시 정 회장은 “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의 철강과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강화할 60억 달러의 투자”라면서 “이 투자는 1300개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내 자동차 공급망을 더 자립적이고 안전하게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규모 투자계획과 함께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장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과의 동맹으로 이차전지분야에서의 사업생태계가 수월해지는 만큼, 북미시장에서의 전동화 전략은 더욱 탄탄한 지지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는 평가다.
포스코그룹 역시 장인화 회장이 구상해 온 ‘글로벌 행보’가 이번 동맹을 통해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회장은 최근 정체된 국내 철강산업의 사업 확장을 위해 취임 후 여러 방면에서 꾸준한 글로벌 행보를 보여왔다. 구체적으로 인도 JSW스틸과의 협업을 통해 인도시장 진출을 구상했고, 최근 호주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WSA) 회의에 참석해 친환경 철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면서 그룹의 이차전지 사업 전반을 조명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MOU는 장 회장이 취임한 후 본격적으로 추진된 사업 중 하나로 보인다”라면서 “우리나라 철강재 주요수출국 1위인 미국 현지에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최근 어려운 철강업의 위기극복을 위한 메시지를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