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옆에서 보좌하며 지켜보고 있다. [AP]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옆에서 보좌하며 지켜보고 있다. [AP]

한미 통상협의 앞두고 전문가 제언

“불확실성 가라앉을 때까지 모니터링 해야”

“시간 벌어 새 정부가 세부적인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헤럴드경제=배문숙·양영경 기자]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고위급 통상협의가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다.

우리측에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무역정책 책임자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여한다. 한미 간 논의가 탐색전을 넘어서 본격 협상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직접 등판 여부, 미국의 주한미군 분담금 조정 논의 제안 가능성, 향후 협상 속도 등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정부는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에 부과된 25% 품목별 관세와 90일간 유예된 상호관세(25%)를 인하하거나 유예하는 것을 이번 협상의 일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함을 경계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범부처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속도’를 내며 밀어붙여도 다른 나라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불확실성이 가라앉을 때까지 지켜보고 협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이번 2+2 협의는 90일간의 관세 유예기간에 이뤄지는 협상이어서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만 90일동안 관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이슈를 미국이 가지고 나올 경우 압박을 느껴 예상치 못한 논의가 전개되고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가 이미 예상한 쟁점이지만 예상보다 강한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이 패키지딜에 포함돼 있는 내재적 위험성”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협상 사례를 보면 한미 간 논의에서도 방위비가 쟁점이 될 수 있다”면서 “관세 문제와 연동해 얼마나 양보할 수 있을지 그 선을 찾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머신’에 비유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의 9배인 100억달러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심각한 자국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국방비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는 미국이 방위비 관련 구체적 요구를 하지 않았으며, 통상과 안보 이슈는 별도로 대응한다는 원칙으로 접근하고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미중이 어떤 협상을 할지 모르는 등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트럼프가 우리나라에게만 무언가를 주지는 않을 것이고, 줘봤자 나중에 또 뒤집을 수도 있다”며 “일단 이 불확실성이 가라앉을 때까지 모니터링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번 협의의 주요 포인트는 무역적자 해소 방안, 에너지 개발 문제, 조선업 재건, 안보-통상 투트랙, 관세 협상 등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상호 관세는 국가별 협상을 통해 낮춰줄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지만, 품목별 관세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가 영향이 더 크다”면서 “이에 따라 상호관세는 물론 품목별 관세를 낮춰달라는 게 협상의 주요 목표 또는 요구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2+2 협의에서는 경제부총리와 산업부 장관이 가는 것이니 방위비 얘기가 나올까 싶기도 하지만, 트럼프가 일본 협상에서 그랬듯 어떤 상황으로 펼쳐질지 모른다”면서 “속도전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뭔가를 서둘러서 할 때는 뚜렷한 카드가 있을 때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수세적, 방어적으로 갈 때는 버텨서 손실을 더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특히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뭔가 성과를 내겠다고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은 시간을 벌고 새 정부가 들어오면 세부적인 것들을 결정할 수 있게 해야한다”면서 “지금 소나기가 내릴 때 옷이 안 젖을 수는 없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소나기를 피할) 콘크리트 구조물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피력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명확한 의제를 도출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미국 측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예를 들어 알래스카 투자는 수익성 분석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정보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합의 보기 전 필요한 정보와 수익성을 분석하고, 일본이 확보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