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尹보내주자”…한동훈 “윤심보다 민심”

파면 이후 尹 발언에 당내 우려

일각서 출당·탈당 요구…“尹스스로 결단해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1대 대선 관련 대국민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유정복 인천시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1대 대선 관련 대국민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6·3 대선을 40여일 앞둔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결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고개 들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로 나선 유정복 예비후보는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이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잊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집으로 보내드리고, 이재명을 정치권에서 퇴출시키자”라며 이른바 ‘윤보명퇴’를 주장했다.

유 예비후보는 “우리는 아직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내주지 못하고 있다”며 “‘윤 어게인(Again)’이라는 말로 자위하며 과거 속에 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과거에 매여 미래를 망치는 자해 행위를 할 것인가”라며 “이 어려운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장의 인기에만 매몰돼 중도층의 지지를 포기하실 겁니까”라며 “언제까지 윤심(尹心)에만 기대어 대통령선거를 치를 생각입니까”라고 하기도 했다.

유 예비후보는 전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전직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되는 상황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윤 전 대통령) 탈당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한동훈 예비후보도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민심이 윤심보다 딱 5천만 배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 당시 대통령에게 탈당을 공개 요구한 바 있다.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을 맡고 있는 김재섭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덩이를 움켜쥐고서 ‘뜨겁다, 뜨겁다’ 한다”며 “불덩이를 손에서 내려놓으면 된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되었고 우리 당 모든 후보가 ‘이겨야 한다, 이겨야 한다’ 얘기한다”며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면당한 전임 대통령과 결별하면 된다”고 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이 두 사람을 극복하면 대한민국은 다시 정상 국가로 갈 수 있다”며 “남은 건 이재명”이라고 했다.

이 같은 요구는 최근 파면 이후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당 안팎에서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대통령실을 떠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에 도착해 자신을 환영하는 입주민과 지지자들에게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뭐 (대통령을) 5년 하나 3년 하나”라고 말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14일 내란 혐의 첫 형사재판에서는 “12·3 비상계엄은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군정을 실시하기 위한 계엄이 아니란 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과 관련해 김 의원은 “우리 당 후보들이 호미로 밭을 일구고 있는데, 윤 전 대통령은 트랙터로 그 밭을 갈아엎고 있다”며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고 우리 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과 함께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다만 당 차원의 출당 조치나 탈당 압박보다 “윤 전 대통령 스스로가 선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국민의힘 중진 의원)”는 의견도 있다.

나경원 예비후보도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는 메시지들을 내지 않고 조용히 사저에 있을 것을 기대하느냐’는 물음에 “또 반대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나 예비후보는 “전임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문제”라며 “좀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가 나타나지 않을까”라고 했다.


soho090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