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C밴쿠버대학원, 전년比 27%↑…토론토大도 늘어

美선 “트럼프 정책, 지역경제 위축·글로벌 경쟁력 약화” 비판

하버드 동문 오바마도 “학문의 자유 불법적 억압” 트럼프 저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 해군 중위들에게 수여하는 총사령관 트로피 발표회에서 미식축구공을 들어올리고 있다. [UPI]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 해군 중위들에게 수여하는 총사령관 트로피 발표회에서 미식축구공을 들어올리고 있다. [UPI]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 보조금을 무기로 대학의 진보적 색채 지우기에 나서자 이웃나라 캐나다의 대학원 지원자가 급증하는 등 반사익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각종 대학 지원금을 삭감하고 유학생 비자를 잇따라 취소함에 따라 캐나다로 진로를 트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는 올해 3월 1일 기준으로 2025학년도부터 시작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 시민의 대학원 지원자 수가 지난해 대비 27% 증가했다. 미국발 캠퍼스 투어 요청도 20% 증가했으며 이 같은 수요 증가에 일부 대학원 과정의 입학 전형을 다시 열기도 했다.

캐나다내 학생 수가 가장 많은 토론토대학 역시 미국인 지원자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워털루 대학은 특히 공학·기술 계열에서 미국 학생들의 지원이 늘었으며, 캠퍼스 내 미국인 방문자가 급증했고 지난해 9월 이후 대학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미국 트래픽도 15% 증가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명문대 탄압으로 지역경제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CNN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들의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정책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최근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연구비 등 지원금을 중단하고,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유학생들을 추방하고 나서면서 지역 경제 활동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보스턴, 오스틴, 시애틀, 실리콘밸리 등에 위치한 명문 대학들은 미국의 지역 경제 성장에 촉매제 역할을 해왔으며, 컴퓨팅, 통신,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를 연구하는 기업에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미국 명문대 보조금 지원 중단은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CNN은 “AI와 전기차 분야 등 주요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대학을 해치는 것은 미국의 국제 경쟁력에도 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미셸 우 보스턴 시장은 CNN에 “이것은 우리 유권자들의 안녕과 우리 지역 사회의 미래에 관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연구 보조금을 중단하거나 삭감하는 것은 현 세대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요 연구 대학을 중심으로 경제가 운영되는 지역 사회의 경우, 연구 지원금을 막는 것은 생존의 위험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보스턴 인근에는 메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가 위치해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입구 모습.  [로이터]
지난 14일(현지시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 위치한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입구 모습. [로이터]

한편 하버드대가 연방 정부의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한 것을 필두로 미국 내에서는 대학과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하버드대는 지난 14일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한 트럼프 정부의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버드의 반기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중단 압박에 굴복했던 컬럼비아대도 14일 대학의 독립을 지킬 것을 다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역시 모교인 하버드 대학교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경 요구를 ‘불법적 억압’이라며 정면 비판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캠퍼스 모습. [로이터]
15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캠퍼스 모습. [로이터]

트럼프 정부는 즉각 하버드대에 수년간 22억 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의 보조금과 6천만 달러(약 854억원) 규모의 계약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대학의 ‘면세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면세 지위는 전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따른 행동에 달렸다는 점을 기억하라”며 “만약 하버드가 계속해서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며 테러리스트의 영감을 받거나 (테러리스트가) 지지하는 ‘질병’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면 아마 하버드는 면세 지위를 잃고 정치 단체로 세금이 매겨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yckim6452@heraldcorp.com